
물론 그동안 송·변전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생활권 피해를 인정하지 않던 국가의 변화된 태도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된 송전탑 입지선정 절차의 비민주성, 자의적인데다 지나치게 작게 설정된 보상 범위, 환경적·신체적·정신적 피해는 배제된채 재산적 손해로만 한정된 보상 대상, 그리고 154㎸의 송전선을 제외한 것은 여전히 문제다.
우선 송전선 건설과 관련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력수급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장기 송·배전 설비계획을 수립토록 돼있지만 이 과정에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과정이 없다.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친다고는 하나 독립성이 없다. 송전선 건설의 핵심 법령인 '전원개발촉진법'의 폐지 또는 전면 개정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는 상황에서 '보상'에 대한 법률부터 다룬다는 것도 문제다.
높이 100m가 넘는 765㎸ 송전탑이 들어서면 1㎞ 이상 떨어진 지역까지 재산가치 하락 및 각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지난 6개월간 만들었다는 시행령에서는 송전선로 양측의 가장 끝선(최외선)을 기준으로 765㎸ 송전탑은 반경 최대 33m, 345㎸ 송전탑은 최대 13m까지 재산상 보상을 실시하고, 주택매수 청구권 행사는 최외선을 기준으로 765㎸ 송전탑은 반경 180m(345㎸는 60m)까지 가능토록 하고 있다. 그나마도 아예 154㎸ 송전탑은 제외됐다.
더욱이 정부는 송전선 최외선을 기준으로 반경 1㎞(345㎸는 700m)까지 전기요금 보조·주택개량·건강검진 등 주민이 원하는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할 때 주민대표 및 지원사업 선정 과정이 몇몇 활동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공산이 크다.
송주법 개정을 주장한다. 법에 따른 주민지원금은 100% 주민에게 직접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 주민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지자체의 전담부서 설치를 건의하며, 매년 연도별로 책정되는 지원금이 연도 구분없이 적립돼 실질적인 주민공동사업비로 쓰이도록 해야 한다. 주민의 편익을 우선하는 법령으로,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담보하는 법령으로 개정돼야 한다.
송전탑 건설문제는 단순히 지역주민 보상 차원에서만 다뤄져서는 안된다. 국민의 건강과 미래의 에너지 확보라는 측면에서 포괄적이고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2020년까지 1조2천억원(연평균 2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되는 보상으로만 그치는 탁상공론식 송주법으로 남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최재백 경기도의원(새정치·시흥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