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의류 브랜드 '코오롱(KOLON)'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코오롱'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을까. 'korea nylon(코리아 나이롱)'을 줄인 말이 '코오롱'이고 '나이롱'은 영어 nylon의 일본식 발음인 '나이론(ナイロン)'에서 왔다. 중국서는 nylon을 '니룽(尼龍)'으로 읽고 '웨이니룽(維尼龍)'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탄소 수소 질소 등을 원료로 짠 합성섬유의 일종인 나일론의 원래 명칭은 'polyamide(폴리아미드)'고 그 일반적 명칭이 '나일론'이다. 그걸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미국 뒤퐁(Du Pont) 회사의 커러더즈(Carothers)였고 그가 최초로 특허를 얻은 건 1937년이었다. 이동찬(李東燦) 코오롱 명예회장이 속칭 '나이롱 회장'으로 불린 건 그의 부친 이원만 창업주와 함께 처음으로 나일론을 한국에 들여와 1953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사를 생산했고 그 4년 뒤 부친과 함께 창업한 회사명도 '한국나이롱주식회사'였기 때문이다.

'나이롱 회장'→코오롱 창업 1.5세대로 불린 이동찬 명예회장이 8일 향년 92세, 한국 나이 93세로 별세했다. 1977년 코오롱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헐벗고 굶주렸던 우리나라 산업화시대에 '따뜻한 옷을 입힌다'는 일념으로 일으킨 섬유산업뿐 아니라 '이상은 높게, 눈은 아래로'라는 경영철학으로 화학 건설 제약 전자 정보통신 등 나라 경제발전에 크고 넓게 이바지한 산업계 선구자였고 재계 큰 별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만도 1982~96년 14년간 역임했고 대한농구협회 대한골프협회 코오롱구간마라톤 등 스포츠계 공로 또한 큰데다가 그의 아호를 딴 '우정(牛汀)선행상'을 제정, 선행을 한 사람들을 찾아 표창해왔다. 그러니까 그는 선행자들을 표창한 '선행'만으로도, 그리고 누더기로 기워 신지 않도록 질긴 나이롱 양말을 제공한 그 한 가지 공적만으로도 그는 천국의 명당자리 하나는 예약돼 있을 것이다.

슬리퍼 하나도 장장 50년이나 신는 등 검소하게 산 그의 아호 '牛汀'은 농사일을 마친 목마른 소가 물가에서 물을 들이켜는 평화로운 농촌 그림이 떠오르게 한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조락(凋落)의 만추 끝자락을 타고 훌쩍 떠나간 '나이롱 회장'의 명복을 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