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롱 회장'→코오롱 창업 1.5세대로 불린 이동찬 명예회장이 8일 향년 92세, 한국 나이 93세로 별세했다. 1977년 코오롱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헐벗고 굶주렸던 우리나라 산업화시대에 '따뜻한 옷을 입힌다'는 일념으로 일으킨 섬유산업뿐 아니라 '이상은 높게, 눈은 아래로'라는 경영철학으로 화학 건설 제약 전자 정보통신 등 나라 경제발전에 크고 넓게 이바지한 산업계 선구자였고 재계 큰 별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만도 1982~96년 14년간 역임했고 대한농구협회 대한골프협회 코오롱구간마라톤 등 스포츠계 공로 또한 큰데다가 그의 아호를 딴 '우정(牛汀)선행상'을 제정, 선행을 한 사람들을 찾아 표창해왔다. 그러니까 그는 선행자들을 표창한 '선행'만으로도, 그리고 누더기로 기워 신지 않도록 질긴 나이롱 양말을 제공한 그 한 가지 공적만으로도 그는 천국의 명당자리 하나는 예약돼 있을 것이다.
슬리퍼 하나도 장장 50년이나 신는 등 검소하게 산 그의 아호 '牛汀'은 농사일을 마친 목마른 소가 물가에서 물을 들이켜는 평화로운 농촌 그림이 떠오르게 한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조락(凋落)의 만추 끝자락을 타고 훌쩍 떠나간 '나이롱 회장'의 명복을 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