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마지막 하루가 저문다. 청마의 해, 상서롭다며 그 시작에 각별한 의미를 주었더랬다. 하지만 인간사 고해 아닌 적 있었던가. 올 한해 청마의 질주가 너무 과했던가. 아니면 지난 반세기 우리의 질주가 눈 먼 것이었나.

맹목적인 질주에 녹슨 사회가 세월호를 진도 맹골수도 찬바다에 가라앉혔다. 단원고등학교 어린 꽃들을 포함해 304명이 희생됐다. 그 희생으로 드러난 우리 시대의 추악한 자화상은 끔찍했다.

국민 안전에 무관심한 정부, 사익 추구에 혈안이 된 일족, 도덕적 책무를 내팽개친 선장, 희생자와 유족들을 비웃는 유언비어들….

반세기에 이루기에는 기적 같다는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 그 거침없는 질주의 결과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세월호가 아니라고 한다. 선임병들의 구타로 숨진 윤 일병도 고개를 가로 젓는다.

땅콩 회항, 인간적 예의를 상실한 경제권력의 나 홀로 독주가 추하다. 통합진보당은 해산됐지만, 극단을 치닫는 이념들의 질주로 정치와 사회가 어지럽다.

그래도 우리가 희로애락으로 버무려낸 한해였다. 희망으로 한 해를 열고 맞이하는 희망고문의 반복보다는, 내 곁의 사람을 희망 삼아 하루 하루를 이어가는 역사(役事)를 모아 역사(歷史)를 이루는 기적을 믿는 편이 낫다.

우리 시대에 아직은 이순신의 배 열두척과 같이, 열두명의 의인이 있다고 믿자. 세상은 어차피 완생(完生)을 추구하는 미생(未生)들이 주인공이라 확신하자. 고통과 절망도 우리의 역사였다. 희망으로 열었던 청마의 해를 진저리 치며 내던질 이유가 없다.

사람은 사랑 없이 존재할 수 없음을 일깨워준 한 해였다. 벽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건넨 위로를, 정작 우리 끼리는 얼마나 인색했는지 인정하자.

뭍과 섬을 잇는 인천대교로 해가 넘어간다. 섬이 뭍이 되는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섬처럼 떨어지는 일 없도록, 이 해 넘어가기 전에 내 곁, 한 사람의 가슴에 다리를 놓아보자. 청마여, 이제 너의 고삐를 풀어주지. 수고했네.

/글=윤인수 문화부장·사진=임순석 인천본사 사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