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나 시민들이 도내 곳곳에 부착돼 있는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통합진보당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해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다.

31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헌재의 통진당 해산 판결 이후 당 현수막이 훼손되거나 철거된 경우는 도내 100여건, 인천의 경우 20여건에 이른다.

하지만 당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면서 당 자체적으로 현수막을 철거할 방법이 없어져 도내 수백개의 현수막이 장기간 방치되자 보수단체나 시민들이 철거에 나서면서 진보·보수 성향의 시민들간 또다른 갈등을 보이고 있다.

의정부에 거주하는 이모(22)씨는 지난 24일 정당 해산에 반대하는 통진당 현수막을 가위로 잘라 송두리째 뜯어내고 이를 인증하는 사진과 글을 SNS상에 올렸다.

이에 진보성향의 네티즌들이 '현수막을 훼손해선 안된다'고 지적하자 이씨는 "눈 앞에 통진당 현수막이 있는 것을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수원과 인천 중구에 사는 시민들이 길거리에 통진당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청에 신고한 뒤 이를 인증하는 글을 인터넷사이트에 올려 자랑하기도 했다.

실제로 보수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만 12월 한달간 30건 이상의 통진당 현수막을 훼손했거나 관할 구청에 신고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와 함께 일부 보수단체는 통진당 현수막을 관할 구청에 신고해 인증하면 1건당 5천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준다는 '철거 이벤트'까지 열기도해 비난을 사고 있다.

용인에 거주하는 강모(27)씨는 "아무리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마음대로 현수막을 훼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이더라도 행정권한을 갖지않은 사람이 철거할 경우 형사고발 조치를 당할 수 있다"며 "각 지자체들이 신고받는대로 철거하고 있는 만큼 감정적으로 현수막을 뜯어내는 일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