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활동 도서관 근로장학
외국인 기숙사 자치회장 기록
모의 유엔총회 대표 나서기도


아주대학교에 별난 외국인 학생이 있다. ‘한국인 아닌 한국인 같은’ 아폴라비 아누(24·정치외교·나이지리아 국적) 학생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아주대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쾌한 아주인이다.

아폴라비 학생에게는 ‘아주대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최초 외국인 도서관 근로장학생, 최초 외국인 기숙사 자치회장, 모의 유엔총회 최초 외국인 아주대 대표 등등. 그는 어떻게 아주대에서 가장 독특한 이력의 외국인 유학생이 됐을까.

아폴라비 학생은 지난 2011년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 땅을 밟았다.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던 이국땅에서 아폴라비 학생은 학내 근로장학생으로 근무 등 아주대를 다니면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첫번째는 학내 동아리 가입.

나이지리아 출신인 아폴라비 학생은 지난 2012년 아프리카 정치와 경제, 문화 등을 연구하는 학내 ‘아폴로’ 동아리로 아주대 친구들과 하나둘씩 인연을 맺었다.
친구들을 만드는 데 익숙해진 아폴라비 학생은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도서관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까만 피부의 아폴라비 학생을 본 아주대 학생들은 영어로 쭈뼛쭈뼛 “×× 도서는 어디 있나요”라고 물었지만, 아폴라비 학생은 금세 우리말로 답했다. 아폴라비 학생의 유창한 우리말 실력에 학생들이 멋쩍은 듯 웃는 일은 매일 반복됐다.

그는 “도서관에서 일하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해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더 즐거웠다”며 “근로장학생이 끝난 이후에도 2번이나 더 할 만큼 즐거웠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기숙사 자치회장. 아폴라비 학생은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기숙사 자치회장이 됐다. 2천여명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외국인과 한국인이 참여하는 ‘1일 언어 매칭 프로그램’ 등의 공약을 내세웠고, 무려 8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내 학교 측도 놀랐다.

그는 “한지붕 밑에 살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삭막하게 지내는 외국인과 한국인 기숙사생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차에 기숙사 자치회장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학교 대표로 미국 하버드대 학생회가 주최한 세계대학생 모의 유엔총회에 출전하기도 한 아폴라비 학생은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이 같은 일들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루마니아에서 개최된 모의 유엔총회에 회장으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당시 나이지리아 대표 친구들은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며 “내가 나이지리아에서 있었다면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텐데 한국에 와서 과분한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아주대 생활이 1년 남짓 남은 아폴라비씨는 4년여 동안 자신이 누렸던 혜택을 한국사회에 어떻게 돌려줄지 고민하고 있다.

/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