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종이컵 박물관처럼 진열
과거~미래 혼재 ‘동시성’ 담아


현대사회에서 소비란 무엇일까. 버리지 못하는 습관에서 비롯된 작가의 ‘저장벽’으로 소비에 대한 공허함을 고찰하는 전시전이 열렸다.

롯데갤러리 안양점은 지난 4일 개막한 ‘The Museum-축적된 시간에 대한 변주’를 주제로 문주호 개인전을 오는 23일 까지 이어간다.

전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회용 컵을 활용했다. 작품 안에 선반 형태의 틀을 만들어 컵을 진열하고, 그 뒤에 이미지를 투사했다. 화면 전면에 보여지는 컵은 일상에서 흔히 쓰고 버린 일회용 컵이지만, 작가는 이를 석고로 떠 부서지고 균열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연출했다.

작가가 오래된 오브제를 차곡차곡 진열하고 덧붙이는 작업방식을 택한 건 유년시절 오래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집 안에 모아 두던 부모님의 기억에서 비롯됐다. 오래되고 낡았지만,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미의식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낡은 종이컵의 나열에 대해 ‘박물관’의 개념을 도입했다. 박물관은 문화적, 학술적으로 가치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진열하는 장소다.

작가는 석고로 뜬 낡은 종이컵의 이미지를 통해 마치 박물관 안에 오래된 유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버려지는 게 마땅한 종이컵이었지만, 오래된 유물처럼 다시 태어나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은 셈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나민환 큐레이터는 “종이컵은 현대사회 속 소비문화의 공허함을 담고 있는 동시에 우리가 사물을 보는 시선을 바꾸는 효과를 가진다”며 “특히 컵이라는 오브제의 입체감과 진열장 속 벽화와 같은 그림의 평면성은 현재 속 과거와 미래가 혼재된 동시성을 보여준다”고 전시를 설명했다.

문의: 롯데갤러리 안양점 ((031)463-2716)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롯데갤러리 안양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