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4분의1이 모여있는 경기도가 '장미대선'에서 또다시 주인공이 아닌 관전자가 될 처지다. 전·현직 도지사, 경기지역 단체장, 국회의원이 잇따라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본선에는 가지도 못하고 줄줄이 고배를 마신 탓이다.
정의당 심상정(고양갑) 대표가 경기지역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경기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얼마나 빛을 발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선에선 4명의 전·현직 도지사가 출마의사를 밝혔지만 모두 경선에서 낙선하거나 스스로 뜻을 접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문수 전 도지사는 경선 룰에 반발하다 불출마를 선언했고, 같은 당 이인제 전 도지사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밀려 경선에서 낙마했다.
손학규 전 도지사도 국민의당 경선에 참여했지만 '안풍'(安風)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남경필 도지사도 바른정당 경선에서 유승민 의원에게 패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원유철(평택갑) 의원도 한국당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경기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들은 '안방'인 경기도에서도 고전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이번 대선에서 권역별 경선을 실시했는데, 이재명 성남시장과 최성 고양시장 모두 지난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기지 못했다.
손 전 지사 역시 지난 1일 국민의당 경기지역 순회 경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에게 뒤졌고, 남 지사도 바른정당 수도권 경선에서 유 의원에게 패했다.
경기지역 정치인들의 대선 도전이 대부분 불발되면서, 차기 정부에서 경기도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들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 호남·영남·충청의 적자를 자처하는 등 대선 정국에서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던 다른 지역과는 달리, 경기도의 경우 '전국 최대 광역단체'로서의 위상을 이번 대선에서 좀처럼 나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세종시로 수도 이전' 등 자칫 경기도에 독이 될 수 있는 공약들이 힘을 받으면서 이 같은 우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송달용 경기도민회 회장은 "사람 수만 많을 뿐 경기도는 정체성·응집력 같은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곳"이라며 "경기도가 늘 '관전자'에만 머무르지 않으려면 도민들로 하여금 '내가 경기도에 산다'는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