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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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인천 부평미군기지 잊힌 역사]82년만에 돌아온 캠프마켓…이제는 희미해진 옛 기억들 지면기사
3일부터 주민들에 첫 개방된 공간일제 조병창 조성 이후 '금단의 땅'방문객 대다수, 과거 사실 잘 몰라활용안 논의 '공감대 형성' 어려워市 "다양한 채널서 시민 소통 확대"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의 일부 땅이 토양 오염 정화작업을 마치고 지난 3일부터 온전히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캠프 마켓은 앞으로 수년 동안 토양 정화작업을 진행하면서 단계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80여 년 동안 '금단의 땅'이었던 캠프 마켓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이제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론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은 활용 방안을 마련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평미군기지의 역사를 잘 모르고 있어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5일 오전 찾은 캠프 마켓 남측 B구역 내 운동장에서는 시민들이 별다른 제지 없이 자유롭게 들어와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캠프 마켓 임시 개방 기념행사 때 잠시 열었다가 막은 뒤 최근 토양 정화작업이 끝나고 완전히 개방됐다. 미군이 쓰던 야구장 그대로 잔디를 다시 깔았고, 바비큐장에는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벤치 등을 설치했다. 현재 출입이 통제된 나머지 땅도 토양 정화 후 단계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언뜻 평범한 공원처럼 보이는 이 공간은 1939년 일본이 육군조병창(군수공장)을 조성한 이후 82년 동안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었다. 현재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모양새로 주변 지역 발전을 가로막았다. 이번에 개방한 운동장에 있는 바비큐장에서도 과거 미군들이 밤새 음악을 틀고 파티를 여는 통에 맞은편 아파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이는 단적인 사례일 뿐 일제강점기 조병창 강제동원 노동자, 미군 주둔에 따른 각종 피해와 환경 오염 등 시민들은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25년 넘게 부평미군기지 반환 운동에 투신한 시민운동가 곽경전씨가 캠프 마켓 '문지기' 역할을 맡아 개방 구역을 관리하고 시민들에게 역사를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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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경기도 신도시 투기 잔혹사]'땅 투기꾼 노름판' 역사는 늘 반복됐다 지면기사
노태우정부 시절인 1기부터 '몸살'1990년 합수부 조사, 7600명 적발불법전매·위장전입 등 수법 동원2기 하남 등 '보상 노린 투기' 등장 서울을 감싸는 형태로 신도시의 터전이었던 경기도는 개발 때마다 투기의 온상이 됐다. 최근 불거진 광명·시흥의 투기 사례뿐 아니라 이미 1기 신도시가 계획된 30여년 전부터 이런 일은 반복돼왔고, 그때마다 정부는 '강력처벌'을 외쳤지만 결국 투기를 근절시키지 못했다.1기 신도시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추진됐다. 신도시의 법적 근거는 지난 1980년 제정된 택지개발촉진법이다. 1기 신도시 전까지는 시가지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개발이 서울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택지개발촉진법으로 정부가 지정한 택지의 강제 수용이 가능해지면서 대규모 개발이 성사될 수 있었다.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신도시 등이 추진되자 1989년 4월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조사 전담반을 편성하고, 이듬해 1990년 검찰은 "투기사범에 법정최고형을 물려 발본색원하겠다"며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한다. 1990년 3월부터 9월까지 이뤄진 합수부 조사를 통해 7천600명의 투기자가 적발됐다.1기 신도시 투기 사례는 크게 3가지였다. 첫 번째는 신도시 주변 땅을 분할한 뒤에 여러 명이 불법 전매해 양도 차익을 거두는 유형이다. 1989년 국세청은 분당 구미동 임야 2만4천평을 사들여 분할한 뒤에 절반가량을 미등기 전매로 16명에게 4억5천여만원을 받고 판 부동산 업자들과 당시 고양군 일산읍 일산리 밭 152평을 사들이고 당일 미등기 전매해 2천만원의 양도차익을 챙긴 부동산 업자를 잡아냈다.두 번째는 부동산을 통해 신도시 아파트를 불법 전매하는 유형으로, 분당 시범단지 아파트 전매가 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지난 1993년 1기 신도시 5곳에 102명의 조사반원을 투입해 아파트 분양권 당첨자와 실제 거주자가 다른 30명의 가구주를 적발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무주택자로 위장 전입해 신도시에 부정 당첨되는 방식이다. 1989년 391명, 1992년 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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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경기도 신도시 투기 잔혹사]시세차익 있으면 투기 발생…'강제수용 방식의 개발' 달라져야 지면기사
정부, 공공택지서 행위 발생때 대책과열지구 지정·단속강화 '두 방향'미리 토지 사두는 등 '진화하는 수법'시민사회 '대규모 개발' 재고 목소리"막을 수 없다면 이익 발생 않도록" 1기 신도시 개발부터 현재까지 투기가 끊이지 않자 강제수용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개발 방식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5일 국토교통부와 참여연대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택지에 투기가 발생할 때마다 비슷한 대책을 내놨다. 정부 대책은 크게 '투기과열지구 지정', '단속 강화'라는 두 방향으로 이뤄졌다.지난 2002년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는 고양, 남양주, 화성, 인천 삼산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다. 주택가격 상승률과 청약 경쟁률이 높은 지역을 정해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고, 5년 내 당첨 세대나 2주택 소유 세대의 청약 당첨을 제한한 것이다.이들 투기과열지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양 일산2·풍동지구, 남양주 진접·마석·평내·가운지구, 화성 발안·봉담·동탄지구, 인천 삼산지구 등 모두 택지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이었다. 택지개발로 투기 수요가 몰리자 규제 지역을 묶는 방식을 택한 것인데 이는 지난해에 거의 모든 경기도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었던 것과 정책의 방향·방법론이 동일하다.두 번째는 '단속'이다. 2기 신도시가 가시화된 2010년을 전후해 '24시간 현장 단속', '지자체 상시단속과 정부합동단속반의 불시 점검', '실태조사', '불법 행위 알선 광고물 집중 단속' 등의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다. 단속은 강화됐지만 보상을 노리고 미리 토지를 사두는 식으로 수법은 점점 진화했다.상황이 이렇자 근본적으로 대규모 개발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 김주호 사회경제1팀장은 "투기가 반복되는 것은 투기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을 많이 하면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주변 지역 지가가 다 같이 오른다"고 지적했다.이어 그는 "대규모 개발방식은 시세차익이 있기 때문에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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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높아진 경기도민 문화수준 맞추려면 효용성 갖춘 '개방형' 필요 지면기사
문화계, 수년전부터 추가 건립 주장道 "필요성은 공감… 설립 검토중"비용 수백억원 달해 결정 쉽지않아他지자체 다양하게 지어 기증받아전시·교육·체험 등 복합공간 조성 수장고 부족 현상과 관련한 이슈는 경기지역 문화계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논의됐다.경기도박물관협회가 지난 2016년 발표한 '경기도 공사립 뮤지엄 활성화 방안 연구'에는 수장고의 협소한 공간으로 유물 분류가 힘들다고 명시하고 추가 수장고의 설립·운영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미술계 한 관계자는 29일 "국민들의 문화수준이 많이 높아진 만큼 미술관 등의 소장품에 대한 이해도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며 "좋은 소장품들이 많을수록 다양한 기획을 할 수 있고, 지역에서도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결국 소장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장고가 필수적인데, 이미 수장고가 가득 찬 경기도의 현 상황에서는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 문화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 표 참조하지만 지금까지 수면 위로 드러난 수장고 설립 계획은 없다는 게 문제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장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설립 관련한 내용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수장고의 설립이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그럼에도 타 지역 박물관·미술관은 다양한 형태의 수장고를 건립하면서 좋은 작품을 확보하고,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며 지역민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지난 2018년에 설립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국내 최초의 개방형 수장고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청주시가 보유한 옛 KT&G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하고 일부 증축해 만들어졌으며 약 57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오는 7월에 개관 예정인 또 다른 개방형 수장고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분관은 약 467억원을 들였고, 현재 강원도 횡성에 지어지고 있는 서울시 박물관·미술관의 통합수장고 역시 433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예정이다.이러한 수장고들은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장소의 역할 뿐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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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이건희 컬렉션 '그림의 떡'…경기도에 와도 둘 곳 없다 지면기사
경기도박물관 포화율 195% 등도내 대부분 90% 안팎 꽉 채워소장품 연간 평균 1400점 증가기증 의사 이어져도 포기할 판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이라 불리는 유물과 미술품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2015호)를 비롯한 국보급·보물급 유물과 박수근, 이중섭, 파블로 피카소 등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도 포함됐다. 대부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고 일부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박수근미술관(강원), 이중섭미술관(제주)에도 기증된다.지역으로 기증된 미술품의 경우 지역적 특색과 정체성, 작품 관리와 관련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을 고려했다는 게 미술계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건희 컬렉션과 같은 소장품의 기증이 이뤄졌을 때 경기도는 받을 수 있을까. 결론은 '어렵다'이다.현재 경기도를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수장고는 가득 찼다.수장고는 유물과 미술품 등이 알맞은 환경에서 보존과 관리가 이뤄지는 곳이다. 다양한 소장품을 보관하는 동시에 연구도 이뤄지며, 박물관과 미술관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경기도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경기도박물관(용인)의 수장고 포화율은 약 195%, 경기도미술관(안산)은 약 105%로 파악됐다. 백남준아트센터(용인)와 실학박물관(남양주), 전곡선사박물관(연천) 역시 포화율이 90%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이들 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은 지난 2015년 5만8천41점에서 2019년 6만3천734점으로 증가해 연평균 약 1천400점 이상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라면 향후 10년 뒤에는 10배가량 소장품이 늘어나게 된다.자체 수장고가 가득 찬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미술관은 아직 여유가 남은 다른 박물관의 수장고를 함께 쓰거나 임대료를 지불하고 외부 수장고를 이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장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렵다. 특히 기증 의사가 이어지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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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개발 지연·쪼개기 분양에 과당경쟁 예고…민간 투자 '경고등' 지면기사
4300실 넘게 분양중이거나 계획돼건축허가 2곳 등 추가 조성 가능성8년간 단속 없어 분양경쟁률 치열 국토부 2년후 단속·이행강제금 부과 분양가 상승 위탁업체 지정 투자유도당초 마리나·호텔 등 개발 지지부진 국책(간척)사업으로 한국수자원공사에 의해 만들어진 시화호 내 인공섬인 반달섬은 상업시설·오피스텔·호텔·컨벤션·리조트를 비롯해 마리나 항만 개발 등 수변 관광 지구 조성으로 이른바 '안산의 랜드마크' 조성이 목적이었지만 개발 지연과 단독 매입에 의한 쪼개기 분양, 생활형 숙박시설 난립 등으로 당초 목적이 퇴색되는 분위기다. 이른바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격이다.■ 우후죽순 생활형 숙박시설…국토부 단속 예고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반달섬에는 2천554실의 라군 인테라스를 비롯해 라군 센트럴스테이(982실), 마리나큐브(414실), 더 하이브(381실) 등 4천300실이 넘는 생활형 숙박시설이 분양 중이거나 계획돼 있다.또 생활형 숙박시설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은 숙박시설 용도로 안산시의 건축허가를 받은 C7-2블록과 C8-5블록(마리나 아일랜드)도 남아 있을뿐더러, 상업·업무 46개 필지 중 절반을 웃도는 필지(3월 기준)가 아직 건축허가를 받지 않아 추가될 여지도 높다.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택 용도로 사용 시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생활형 숙박시설은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만들어진 상품으로 유형상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로 분류돼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이 적용된다. 분양 호텔과 비슷한 개념인데 주방을 설치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게다가 청약통장 없이 분양받을 수 있고 종합부동산세가 면제되며 양도세 중과대상에서도 제외된다.특히 전입신고가 가능하다 보니 아파트나 주거형 오피스텔과 유사한 주거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불법이지만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는 사실상 주택으로 상당수 사용되고 있다. 8년가량 단속도 없었다. 이로 인해 분양 경쟁률이 치열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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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분양 차익 2배 '안산 반달섬' 기업만 주머니 채웠다 지면기사
2017년 '모다아울렛' 2709억 매입합병 등 거쳐 디엠개발 지배 법인'MTV반달섬개발PFV'에 소유권4년만에 '부지 완판' 막대한 수익수공 "감정액 따라 단독입찰 매각"업체측 "운좋게 토지가 많이 올라" 안산의 랜드마크로 기대되는 반달섬을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로부터 통째로 매입한 한 특정 기업이 토지 분양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고 있다.27일 안산시 및 수공 등에 따르면 수공은 지난 2017년 수차례 유찰됐던 반달섬 부지 17만9천여㎡(시화MTV 특별계획구역)를 모다아울렛에 2천709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모다아울렛을 흡수합병한 모다이노칩의 특수관계자 디엠개발이 지배(지분율 75.3%)하는 MTV반달섬개발PFV가 최근 3천65억여원을 모두 납입해 소유권 이전이 완료됐다. 수공과 모다아울렛은 부지 계약 시 PFV(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하는 명목회사)로 계약자 변경을 가능하도록 했다.이에 MTV반달섬개발PFV는 소유권을 모두 이전받아 토지분양에 돌입해 최근 분양을 모두 완료했다. 이로 인한 이익금은 토지 매입으로 투입한 총 금액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MTV반달섬개발PFV는 상업 및 업무 용지 등 필지(17만9천여㎡)를 1㎡당 155만원가량(2천709억원 기준)에 매입했는데 분양 시 주차장 용지를 제외하고 1㎡당 350여만원에 되팔았기 때문이다.실제로 등기부등본을 보면 인공섬 지역의 C7-2(1천613㎡)블록의 경우 (주)지에스홀딩스에 63억5천374만여원(1㎡당 393만여원)에 매각했다. 매입금 25억79만여원(154만여원) 대비 2.55배에 달한다. 육지 업무·상업지구 내 C3-7블록(2천4㎡)은 (주)엠아이디엔씨에 2.34배 가격인 72억7천800여만원에 팔았다.다만 C1-1블록(5만1천387㎡)은 795억2천534만원에서 1.88배 높은 1천500억원(1㎡당 292만여원)으로 MTV반달섬씨원개발PFV에 소유권을 이전했다. 대형규모이다 보니 타 부지보다 다소 저렴했다는 게 MTV반달섬개발PFV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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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자살률, 지역을 보다·(2)]'표준화'에서 '특성화' 옮겨가야 할 때 지면기사
道 '번개탄 판매개선' 수단 통제 첫 시도국가중점사업 지정… 대부분 지자체 추진지역별 '수행능력' 편차 줄이는 과정 머물러정부·지자체 모두 고민해야 할 숙제 남아 ■ 지자체·지역사회 역할 커져야지난해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빛났던 한 해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자체의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코로나 방역에 큰 도움이 됐다. 외국에서도 벤치마킹에 나섰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의 시작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인 고양시와 인천시였다.자살예방사업에도 이미 유사한 사례가 있다. '수단 통제'는 자살예방 효과가 강력한 방법 중 한 가지로 꼽힌다. 번개탄 판매개선 사업은 자살예방 관련 수단 통제 사업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례인데,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곳이 경기도였다. → 표 참조경기도자살예방센터는 2010년대 중반부터 도내 시·군과 협력해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번개탄이 있는 마트 진열대에 자살예방 홍보 문구를 부착하거나, 번개탄을 별도 보관함에 넣어 번개탄을 구매하려면 마트 직원들을 반드시 통하도록 만든 것이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현재 국가중점사업으로 지정돼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번개탄과 농약 등의 판매 방법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자살예방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역시 각 지자체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각 지역의 자살예방사업 수행 능력 간 편차를 줄여나가는 '표준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 자살예방사업의 무게 추는 표준화에서 '특성화'로 옮겨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고민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이용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마다 자살과 관련한 요인들이 다를 수 있다"며 "어떤 지역은 고령화가 많이 되어서 노인 자살률이 높을 수 있고, 또 어떤 지역은 정신보건과 관련한 서비스가 부족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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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자살률, 지역을 보다·(2·끝)]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지면기사
道평균 '25.4명'보다 낮은 수원시35.3명 - 17.7명 구별로 2배 격차원인 제각각, 예방사업 특화해야 일본과 핀란드는 한때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였다. 동시에 자살률을 큰 폭으로 낮춘 경험이 있는 국가다. 일본의 자살률은 1999년 23.4명에서 2017년 14.9명으로 줄었다. 핀란드 역시 같은 기간 23.1명에서 14.6명으로 낮췄다. 두 국가의 자살률이 감소한 이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지역사회의 참여다. 정부는 이미 다양한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획일적인 자살예방사업은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존재하지 않듯, 같은 목적의 사업도 각 지역의 사정을 고려해 달리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 역할은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몫이다.■ 구마다 동마다 다른 자살률수원시의 2019년 자살률(인구 10만명 당 사망자 수)은 25.2명이었다. 경기도(25.4명)와 전국(26.9명) 자살률보다 낮다. 그런데 수원시 자살률을 구별로 나눠보면 평균에 가려진 숫자가 드러난다.수원시 4개 구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A구는 35.3명, 가장 낮은 D구는 17.7명이었다. 같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은 거의 2배 정도 차이가 난다.이 차이는 각 구의 상이한 특성에서 나온다. 구도심인 A구는 상대적으로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인구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신도심인 D구와 비교해 소득 수준도 낮다. 최근에는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기존에 구축되어 있던 지역공동체가 무너진 사정도 있다. 구를 동 단위로까지 세분화하면 구의 특성이라고 일반화할 수 없는 세세한 요인들이 나타난다. 한 동네에서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이에 영향을 받은 또 다른 누군가가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관찰된다고 한다.'다년간 도시개발사업으로 인해 대규모아파트단지 건설, 거주민 이주, 신규유입 인구 증가현상 높아짐에 따라 지역공동체 감소, 빈부격차 심화현상 등이 나타남. 이로 인해 잔여 원주민 비율이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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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자살률, 지역을 보다·(2)]국가 정책에 '아이디어' 더해…'지역맞춤 예방사업' 발굴 지면기사
수원시 '청소년생명지킴이단' 사업 운영꾸준한 심리부검·생명사랑의료기관 지정도용인시 '노인문제 집중관리 필요성' 분석'청춘사진관 기획' 유연한 접근방식 택해 지자체의 자살예방사업은 이처럼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수원시는 지역특화사업으로 '청소년생명지킴이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 게이트키퍼를 양성해 또래 간 안전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배경에는 청소년 인구 자살률 증가 문제가 있다. 수원시의 19세 이하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는 지난 5년(2014~2018)간 연평균 4.7명이었다가 2019년 9명으로 급증했다.수원시는 지난 5년간 자살 사망자들의 '심리부검' 사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심리부검은 사망자의 과거 행적을 추적해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다. 다년간 쌓인 자료는 지역에 필요한 자살예방사업을 만들어낸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가 심리부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살 위기를 경험한 사람들 다수가 사망 한 달 전쯤 몸이 아파 병원에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특징을 보였다. 정신과적 증상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이는 '생명사랑의료기관'이라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수원시는 현재 성형외과, 내과, 치과 등 39개 병원을 생명사랑의료기관으로 지정했다. 해당 병원에 방문한 환자가 혹여 자살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경우 이 병원의 의사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을 안내한다.백민정 수원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지역사회는 자살을 고민하는 분들을 건져낼 수 있는 그물망이라고 생각한다. 위험군이 걸러지지 않으면 치료시설이 있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자살예방센터는 이 그물망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이 역할에 동참할수록 그물망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특성은 특화로 풀어간다정부는 현재 국가적 차원의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가중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시행된다.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