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부터 주민들에 첫 개방된 공간
일제 조병창 조성 이후 '금단의 땅'
방문객 대다수, 과거 사실 잘 몰라
활용안 논의 '공감대 형성' 어려워
市 "다양한 채널서 시민 소통 확대"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의 일부 땅이 토양 오염 정화작업을 마치고 지난 3일부터 온전히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캠프 마켓은 앞으로 수년 동안 토양 정화작업을 진행하면서 단계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80여 년 동안 '금단의 땅'이었던 캠프 마켓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이제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론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은 활용 방안을 마련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평미군기지의 역사를 잘 모르고 있어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5일 오전 찾은 캠프 마켓 남측 B구역 내 운동장에서는 시민들이 별다른 제지 없이 자유롭게 들어와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캠프 마켓 임시 개방 기념행사 때 잠시 열었다가 막은 뒤 최근 토양 정화작업이 끝나고 완전히 개방됐다.
미군이 쓰던 야구장 그대로 잔디를 다시 깔았고, 바비큐장에는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벤치 등을 설치했다. 현재 출입이 통제된 나머지 땅도 토양 정화 후 단계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언뜻 평범한 공원처럼 보이는 이 공간은 1939년 일본이 육군조병창(군수공장)을 조성한 이후 82년 동안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었다. 현재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모양새로 주변 지역 발전을 가로막았다.
이번에 개방한 운동장에 있는 바비큐장에서도 과거 미군들이 밤새 음악을 틀고 파티를 여는 통에 맞은편 아파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이는 단적인 사례일 뿐 일제강점기 조병창 강제동원 노동자, 미군 주둔에 따른 각종 피해와 환경 오염 등 시민들은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25년 넘게 부평미군기지 반환 운동에 투신한 시민운동가 곽경전씨가 캠프 마켓 '문지기' 역할을 맡아 개방 구역을 관리하고 시민들에게 역사를 해설하고 있다.
캠프 마켓을 찾은 시민을 가장 많이 만나고 있는 곽경전씨는 "열에 아홉은 캠프 마켓이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것을 모르고 있다"며 "공원 조성을 바라는 시민이 가장 많고 문화시설, 쇼핑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캠프 마켓 안에는 130여 개 건축물이 남아 있다.
최근 일제 잔재 건물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하는 인천시 시민청원이 공식 답변 요건인 3천명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만큼 캠프 마켓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의미다. 아직 캠프 마켓에 남아 있는 건축물에 대한 가치가 구체적으로 조사·검토되진 않은 상황이다.
인천시가 캠프 마켓의 80년 이야기를 더욱 많은 시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확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단절의 상징으로 여겨진 캠프 마켓이 이제는 시대를 잇고 지역을 잇는 상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민 참여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인천 부평미군기지 잊힌 역사]일제가 버린 조병창, 한국전 보급기지로 '동아시아 전쟁사 집약')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