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천권 인천서구청 소속 최예운 선수1
인천 서구청 소속의 막내 선수인 최예운이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시립 인라인롤러 경기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세계선수권 1천m·3천m 계주 金
실업 무대 1년차 ‘거침없는 질주’
‘지구력·근성’ 함께 갖춘 승부사
“다음 목표, 시니어국가대표 발탁”


“아직도 얼떨떨해요. 꿈을 꾸는 것만 같아요.” (웃음)

인천 롤러가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여자 롤러 실업팀을 운영하는 인천 서구청(구청장·강범석) 소속의 막내 선수가 최근 국제대회에서 전 세계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물리치고 2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실업 무대 1년 차인 최예운(19)이 그 주인공이다.

최예운은 지난달 17일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2015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 주니어(만 19세 이하) 1천m에서 ‘깜짝’ 우승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층이 두껍고 큰 무대 경험이 많은 유럽과 남미 등의 국가들이 총출동한 대회였다.

최예운은 주니어 여자 3천m 계주에서도 박지수(경북 한국생명과학고), 정고은(청주시청)과 함께 출전해 콜롬비아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추가했다.

두 경기 모두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최예운은 1천m에서 초반부터 줄곧 2~3위권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경기 막판 승부수를 던진 그는 단거리 종목 우승자인 콜롬비아 선수의 거친 플레이를 견뎌내며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그 사이 선두였던 미국 선수는 20m 이상 앞으로 치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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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했지만, 지구력이 강점인 그가 뒷심을 발휘했다. 조금씩 격차를 좁혀가더니 결승선을 불과 40m가량 남겨놓고 역전에 성공하며 생애 첫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진 주니어 여자 3천m 계주에서도 최예운이 큰 역할을 했다. 두 번째 주자였던 그는 달리면서 허리가 옆으로 돌아갈 정도의 거친 몸싸움을 벌이며 혼전을 거듭한 레이스 끝에 마지막 주자인 동료가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았다.

지난달 24일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시립 인라인롤러 경기장에서 만난 최예운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메달을 기대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막상 대회에 참가하니까 ‘잘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고, 종아리 쪽에 있던 통증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가대표팀 코치 자격으로 함께 참가한 김진을(37) 서구청 롤러 감독도 “솔직히 큰 기대를 안 했다. 결승에 오른 것을 보고 메달권에만 들어줬으면 하고 욕심이 생겼다”며 어린 제자의 활약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얼핏 쇼트트랙 경기와 흡사해 보이는 롤러는 몸싸움이 격한 운동이다. 순간 최대 시속이 70~80km(평균 40~50km/h)에 달하는 레이스 도중에 손이나 어깨 등으로 거칠게 밀치기 일쑤다. 국내에선 선수보호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손을 못 쓰게 하고 무리한 몸싸움을 걸면 경고를 받거나 실격 처리되는데, 국제대회에선 많은 부분이 허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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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 주니어 1천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인천서구청 최예운. 여자 3천m 계주에서도 두 번째 주자로 나서 우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김진을 서구청 롤러 감독 제공

“반칙이나 몸싸움에 익숙하지 않아 대회 초반에 고생했어요. 반칙을 당하다 보면 체력 소모도 크고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되거든요. 나중에는 오기가 생겨 밀리지 않으려고 악바리처럼 했어요.” (웃음)

충북 단양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운동을 시작한 최예운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근직 인천시롤러경기연맹 전무이사는 “인천에서 열린 전국체전(2013년) 당시 충북 선발로 출전해 금메달을 싹쓸이한 여고생이었다”며 “김진을 감독이 고교 1학년 때부터 주시하던 기대주였다”고 귀띔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실업 무대를 밟은 최예운은 인터뷰 도중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운동을 그만둘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고 숨겨왔던 속마음을 털어놨다. 김 감독도 어린 제자의 폭탄(?) 발언에 내심 놀란 눈치였다.

“이번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오르며 큰 자신감을 얻었어요. 시니어(만 20세 이상) 국가대표 발탁과 국제대회 금메달이란 목표도 생겼고요. 앞으로도 인천 롤러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해요!”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