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설봉서원 전례
이천 설봉서원 전례. /경기문화재단 제공

사당 모신 선생님께 폐백·술잔
덕행·사상 마음으로 체득 목적
축문 읽고 음복·불살라 재 묻어


꽃샘 추위도 지나고 봄볕이 완연한 계절이다.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새롭게 선생님을 만나고 친우들과 우의를 다지는 시기이다. 옛날의 학교에도 새롭게 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마치는 과정이 있었다.

현재 경기도에는 조선시대 지방의 공립교육기관이었던 향교 25곳, 사립교육기관이었던 서원 25곳, 도합 50곳이 남아 있다.

이들 향교와 서원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에 사당에 모셔진 선생님들에게 폐백과 술잔을 올려 바른 사람으로 설 것을 다짐하는 의식을 한다.

이 행사를 일러 석전제(釋奠祭), 줄여서 석전(釋奠)이라 하고 석전제의 대표격인 석전대제(釋奠大祭,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는 서울의 문묘에서 거행된다.

석전은 선현들의 학문과 인격과 덕행과 사상을 단순한 이론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숭모하고 존중히 여기며 스승을 높이하고 진리를 소중히 여기는 기풍을 체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행된다.

초헌관이 향을 피우고 폐백을 올리는 '전파례'를 시작으로 5성위(공자, 안자, 증자, 자사, 맹자) 앞에 첫잔을 올리고 축문을 읽는 의식인 초헌례에 이어, 아헌례, 종헌례, 분헌례, 음복례 등의 의식을 거쳐 폐백과 축문을 불살라 재를 땅에 묻는 망요례까지 유교 제례순서에 따라 이루어진다.

석전이 예로부터 학교에서 봉행되어 내려온 것은 유학의 독특한 인간관에 기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곧 '누구든지 배워서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이다. 유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성인은 태어날 때부터 그 그릇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 똑같이 성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태어난다.

이런 자질은 마치 씨앗과도 같은 것이어서 부지런히 배우고 노력하면 싹을 틔우고 결실을 맺어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 씨앗은 싹도 제대로 틔우지 못하고 말라버려 오히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표현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인간의 주체적인 도덕적 실천능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드러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석전제는 봄철 내내 31개 시·군의 향교와 서원에서 수시로 진행되고 있다. 참고로 경기도 최초의 서원인 이천 설봉서원에서는 올해 4월 9일(음력 3월 3일) 오전 10시에 전례가 진행될 예정이다.

꽃피는 춘삼월, 도심의 혼잡함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서원·향교에서 엄숙히 거행되는 석전을 보면서 전통문화 속에 녹아있는 '인성교육'의 가치를 되새겨 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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