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9일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아직 정식 취임(오는 30일)도 안 한 로드리고 두테르테(Duterte·71)의 목에 현상금부터 걸렸다면 믿을 수 있을까. 자그마치 13억원이 걸렸다고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이 지난 10일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상은 현장에서 쏴 죽여도 좋다며 포상금을 내 건데 반발한 마약조직이 거꾸로 대통령 목에 거금을 내걸었다"고. 대통령을 없애는 자에게 곧바로 13억원을 주겠다는 거다. 대선 유세과정에서 줄곧 '필리핀의 트럼프'로 통했던 막말 연속의 두테르테는 지난 6일 방송연설에서 '범죄자가 저항할 경우 살해해도 좋다'고 했고 지난 2일엔 '기자가 취재 중 살해당해도 부패 기자라면 그리돼도 싸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1992년 이래 살해당한 필리핀 기자는 77명, 1986년 이후는 176명이라는 게 국제적인 비영리단체인 '저널리스트보호위원회'의 엊그제 발표였다.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GMA 방송 여기자 마리즈 우말리(37)가 내각구성(組閣)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랬더니 두테르테는 "당신은 정말로 내 관심을 끌고 싶은 것 같다"며 느닷없이 휘파람을 휙휙 불어댔다. 막말 잡소리의 3류 코미디언 같은 그의 성희롱 발언은 그게 처음이 아니다. 그는 대선 유세과정에서 "아내 말고 여러 명의 애인이 있다. 비아그라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별난 올빼미 족이다. 오전 8시~오후 5시가 보통인 직장 근무시간과는 달리 그의 업무시간은 오후 1시부터다. 그로부터 밤새 일하다가 오전에 취침, 오후에 일어나는 거다. 그는 정장 차림을 외면, 기자회견 때도 T셔츠 바람이다. 어쨌거나 현상금 걸린 그의 목이 임기 끝까지 성할지가 걱정이다.
시정잡배, 장삼이사(張三李四) 수준만 겨우 벗어난 듯한 함량미달의 대권 지망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어느 나라나 흔하다. 한국도 다를 바 없다.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어떻게 세월호 사고와 비교할 수 있는가. 사고 책임도 서울시면 서울시지 어떻게 정부 책임인가. 그런 문재인 지지도가 반기문 다음이라니 뒤로 넘어갈 일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