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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돈 돈 그 놈의 돈이 무엇이길래/ 개도 안 갖는 게 돈이더라…'가 가수 민지의 노랫말이지만 개가 돈을 물지 않는 이유가 뭘까. 냄새나고 세균이 많다는 걸 뛰어난 후각으로 아는 건 아닐까. 2012년 12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 과학자 팀이 지폐의 세균을 조사했더니 한 장 평균 2만6천 마리가 우글거렸다는 게 2013년 3월 CNN 뉴스였다. 그럼 조폐공사에서 방금 찍혀 나온 돈은 어떨까. 그 역시 2천400마리가 꼼틀거렸다. 냄새는 또? '동취(銅臭)'라는 말은 구리 냄새가 아니라 '돈 냄새'다. 후한(後漢) 영제(靈帝) 때 최열(崔烈)이라는 사람이 거금 500만금으로 사도(司徒)라는 벼슬을 매관(賣官), 거들먹거리자 그 아들이 '아버지한테서 동취가 난다'고 했다. 개도 안 먹는 돈을 사람이 먹는다. '돈(뇌물) 먹고 봐 줬다'는 말이 증명한다. 롯데그룹 임원의 처제 집에서 현금 30억원이 나왔다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돈의 8촌집에서는 얼마나 나올까.

현금 30억원이면 5만원짜리로 자그마치 600다발이다. 그런데 재벌 비자금 책임자의 오매불망 소원이라면 뭘까. 10만, 100만 원짜리 지폐 아닐까. 1만 싱가포르달러는 우리 돈 1천만 원이고 1만 브루나이달러도 비슷하다. 1천 스위스 프랑과 1천 캐나다 달러도 각각 134만원과 121만원이고. 그런 지폐라면 숨기기가 오죽 편할까. 중동 국가의 디나르 화폐 단위도 높다. 20디나르 지폐에 0 두 개씩을 그려 넣어 2천 디나르로 위조한 200장(15억원)을 환전하려던 일당 4명이 엊그제 경찰에 체포됐다. 수전노(守錢奴)를 중국에선 '수재노(守財奴)'라고 하지만 가진 돈을 지키는 거야 당연하다. '노예'라는 말은 글렀지만. 그런데 12일 의정부 사패산 등산객 살인범 정모(45)는 돈의 노예 정도가 아니라 돈에 미친 돈 귀신 아닐까. 50대 여성을 단돈 1만5천원에 죽일 수도 있는가.

일본에선 뒷돈이라는 말이 '우라가네(裏金)'지만 '속 리(裏)'를 쓴다. 뒷돈이 아니고 왜 속 돈이라는 건가. '정경유착'이 아니더라도 세상엔 뒷돈→사람에게 먹이는 돈도 넘쳐난다지만 뒷돈과 속 돈은커녕 최소한의 앞돈, 겉 돈이 없어 생계가 어려운 사람도 다수다. 세상은 원래 고르지 못한 거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