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영(在英) 저널리스트 권석하 씨가 그의 저서 '영국인 재발견'에서 서유럽 3국과 동아시아 3국을 비교했다. 그 '비교 3국지'가 그럴싸하고 흥미롭다. 영국은 중국과 닮았고 독일은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과 비슷하다는 거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외유내강 형이며 언어에 능해 외교 수사(修辭)의 천재들인 데다가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영·중이 닮았는가 하면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에 강하고 개인적이기보다는 집단적이며 유(柔)하기보다는 강(剛)하고 날카로운 점이 또한 독·일이 비슷하다는 거다. 2차대전 전범(戰犯)도 같고. 그럼 프랑스와 한국은 어떤가. 이성적이라기보다 감성적이고 예술적이며 창조적이고 놀기 좋아하고 가족 중심적이다. 그렇다니까 과연 그런 것 같고 유럽 3국과 동양 3국 3국지가 겹친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운전하기 좋은 나라는 독일이다. 무엇보다 길이 좋고 도로규칙을 잘 지킨다. 대도시들이 없어 출퇴근 시간에도 교통체증이 거의 없다. 독일보다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운전하기 쉬운 나라는 영국이다. 양보심이 강해 끼어들기를 하면 놀랄 정도로 비켜 주고 주행 실수를 해도 여간해서 경적을 울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프랑스는 다르다. 3국 중 가장 운전하기 어려운 나라가 프랑스다. 130㎞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지키는 운전자는 없고 시내를 운전하다 조금만 멈칫거려도 즉각 경적을 울려댄다. 차선 끼어들기는 더더욱 용인하지 않는다. 그들이 자랑하는 유명한 말 톨레랑스(tolerance)―관용은 운전의 경우엔 예외다. 난폭한 보복운전이라면 단연 프랑스인이고 그들이 서울 등 한국에서 보복운전과 멱살잡기, 주먹다짐을 목격하면 쑥스러운 듯 웃는다. 자기네와 썩 닮았다는 거다.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 이유가 뭘까. 그런 증세를 중국에선 '노노증(路怒症:루누정)'이라고 한다. 화를 못 참는 난폭 보복운전도 병이라는 거다. 에리니에스(Erinyes) 등 그리스신화의 복수의 여신들은 모두 머리에 뱀을 틀어 만든 관을 쓰고 있다. 그 끔찍한 모습을 상상해서라도 참는 게 낫고 좋다. 단 몇 초의 화를 참지 못하는 보복운전으로 차가 깨지고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는 없지 않은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