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께 수원의 한 소방서 상황실에 한통의 119 전화가 걸려왔다. 상황실 스피커를 통해 복통을 호소하는 한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졌고 곧바로 119 구급대가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으로 출동했다.
고통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오른 A씨는 가까운 병원으로 향하던 구급대원들에게 '평소 다니는 병원'이라며 성남의 한 병원으로 가줄 것을 요구했다.
주변에 종합병원만도 3곳이나 되지만 '환자 진료에 적합한 경우에는 환자나 보호자가 요구하는 의료기관에 갈수 있다'는 내용의 관련 규칙에 따라 어쩔수 없이 30여분을 달려 성남까지 이송했다.
그런데 병원 앞에 도착한 A씨는 갑자기 '복통이 다 나았다'며 구급차에서 내린뒤 황당해하는 구급대원을 뒤로 한채 유유히 병원 옆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119구급대가 '봉'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각종 사고와 재난, 응급환자 발생때 구급대원들을 싣고 출동하는 119 구급차가 일부 '불량'환자들의 '자가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수원남부소방서 관계자는 “응급환자가 아닌 단순 질병 환자는 가급적 가까운 병원을 이용하도록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환자가 막무가내로 요구하면 어쩔수 없이 먼 곳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신장투석환자인 B씨도 주3회 구급차를 이용하는 단골손님(?)이다. 그는 2004년 한해 100여차례나 119구급차를 타고 신장투석차 수원의료원을 방문했다. 게다가 지난 2월에는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한다'며 1년치 구급이송내용을 담은 구급증명원 발급을 소방서에 요청했다. 일부 보험상품의 경우 구급차를 이송했을 경우에 10만원 안팎의 보험금을 지급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S화재 관계자는 “일부 보험가입자들은 구급차를 이용할 경우 10만원을 응급비용으로 받는다”며 “그러나 감기, 몸살 등 비응급환자들의 불필요한 구급차 이용사례가 많아 3년전 보험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6일 경기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4년 한해 동안 119를 통해 접수된 도내 구급요청 전화는 28만3천여건이며 이송환자수는 20만4천여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송환자 가운데 4만여명은 응급환자가 아닌 만성질환자이거나 '불량' 환자들로 집계됐다.
수원중부소방서 관계자는 “구급차를 악용할 경우 사경을 헤매는 응급환자 발생시 신속한 조치가 곤란하고 지연·늑장출동의 오해까지 발생한다”며 “선량한 응급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민들의 협조와 함께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얌체환자들 '119 구급차 제 자가용 쓰듯'
입력 2005-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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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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