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이 중국에선 비율빈(菲律賓), 두테르테(Duterte) 대통령도 '두특이특(杜特爾特:뚜터얼터) 총통'이다. 막말과 욕설로 '필리핀의 트럼프'라 불리는 그가 지난 20일 "미국과의 관계는 종결하고 대중(對中) 관계를 중요시하겠다", "중국 러시아 필리핀이 세계를 향해 마주선 존재"라고 선언했다. 그를 크게 반긴 건 시진핑 주석의 표정에서부터 드러났다. 시 주석은 타 정상을 만날 때 거의가 시큰둥한 표정이지만 지난 20일 두테르테와의 베이징 정상회담 때는 표정 명도(明度)부터 달라졌다. 성과를 예견했기 때문이었을까. 양국 정부는 21일 공동성명을 발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관련 국가가 우호적인 협의와 평화적 방법으로 영토와 관할권 쟁의를 해결한다'고 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권리 주장엔 근거가 없다'는 지난 7월의 헤이그 상설중재재판 판결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러니 영해권 쟁투에서 물러선 '뚜터얼터' 총통이 오죽 시 주석 맘에 들었을까.
반면 미국 정부는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달 5일 필리핀의 마약과 인권을 언급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개××'라는 욕설을 퍼부을 때부터 짐작은 했겠지만 오랜 정치적 군사적 우호 관계인 미국에 결별선언까지 할 줄은 몰랐을 거 아닌가. 필리핀에선 'US troop out now(미군 당장 나가라)'라는 피켓을 든 시위까지 벌어졌고 지난 14일 '필리핀스타'지 여론조사에선 86%가 두테르테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제 양국 관계는 끝장인가? 그런데 두테르테는 21일 중국→귀국 공항회견에선 딴소리를 했다. '대미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는다'고. 그를 두고 22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사설에서 '갼부르(gamble)외교'라고 비난했다. '도박'까지는 몰라도 양다리 외교 아닌가.
중국 CCTV(央視)는 22일 '미국 군함의 남중국해 진입에 대해 중국 정부가 맹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뜻이 중국 주권 권익에 대한 도전에 있다(美意在 挑戰 中國主權權益)'는 거다. 힐러리 클린턴이 2013년 10월 강연에서 말했다. '남중국해가 중국 영해라면 태평양은 미국해(海)'라고. 미·중 남중국해 긴장 관계도, 필리핀의 양다리 도박외교도 위험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