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4년 12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해 영국에서는 작지만 의미있는 출항식이 있었다. 언스트 새클턴 선장이 이끄는 남극 횡단탐험대가 27명의 선원을 모아 출항에 나선 것이다. 전쟁 때문에 국가의 지원이 없는 것도, 얼마 전에 아문젠이 먼저 남극에 도달했다는 소식도 이들의 열정을 막기는 부족했다. 개인 기부자들과 새로운 탐험에 동조하는 어린 학생들의 성금으로 마련된 출항은 최초의 남극 횡단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출항 1개월만에 남극에 도달도 못하고 수킬로씩 늘어선 빙벽에 갇혀 꼼짝 못하게 되었다. 10개월이나 갇혀 지냈지만 얼음벽이 배를 조여와 급기야 배는 침몰해버렸고 3개의 구명정에 올라타 가까스로 인근의 작은 섬에 표류하였다. 백방으로 노력을 해보았지만 모두 헛수고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새클턴 선장은 중대한 결정을 한다. 새클턴 선장 자신이 직접 다른 5명과 함께, 남은 썰매와 개를 끌고 무려 1천300㎞ 떨어진 곳으로 구원요청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극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려 8개월의 악투 끝에 구조대를 이끌고 돌아왔고 이듬해 모든 대원을 이끌고 안전하게 귀환하였다. 놀라운 것은 무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극심한 추위와 식량 부족, 그리고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한 환경 속에서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보통이라면 극한 조건 속에서 사소한 의견차이로 다툼이나 폭동이 일어나기도 하고, 나 혼자 살겠다고 동료를 저버리거나 심하면 서로를 잡아먹기도 하지 않는가? (영화 '파이'를 본 독자들이라면 극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잘 알 것이다) 역시 영국은 선진국이어서 그런지 비록 남극횡단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새클턴 선장의 지도력과 선원들의 용기를 높이 사서 모든 국민이 열렬히 환영하고 이들을 진정한 영웅으로 대했다고 한다.
그 후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극한의 상황에서 견디게 해주었을까? 그것은 새클턴이 선원을 모집한 광고 문안 때문이었다. 보통의 구직광고라면 이렇지 않겠는가? '선원을 모집함. 탐험대 참여 경력있고 항해에 필요한 자격을 갖춘자. 연봉은 얼마. 탐험에 성공하면 성과보수는 얼마. 성공 후 일정기간 휴가를 보장. 경력자 우대 등등'. 하지만 새클턴이 런던타임지에 실은 짤막한 광고 문안은 이런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목숨을 건 탐험에 동참할 사나이를 모집함. 쥐꼬리 만한 수입에 지독한 추위, 완벽한 어둠속에서 반복되는 위기에 맞서 수개월을 보내야 함. 무사귀환도 보장할 수 없음. 보상이라고는 성공 후의 영광과 자기만족, 그리고 우리들끼리의 인정뿐'.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반응하기 마련이니 당연히 좋은 조건이라면 더욱 끌리는 게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조직은 그런 당근만으로는 굴러가지 않는 것 같다. 필자가 아는 많은 좋은 기업에서 실상 그리 나은 대우를 해주거나 좋은 환경이 아닌데도 직원들이 똘똘 뭉쳐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본다. 거기에는 부족하지만 조직과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그러나 나름의 확고한 비전과 철학을 가지는 경영진을 볼 수 있었고, 그런 경영진의 철학에 공감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려운 여건에서 미국 시민의 지지를 끌어낸 미국의 마틴루터킹 목사도 I have a 'dream'이라고 했지 'plan'이라고 하지는 않았지 않던가?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