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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겐 자로(子路)나 자공(子貢) 등 뛰어난 제자가 많았지만, 유난히 안회(顔回)를 끔찍이 아꼈다. 제자들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려 했으나 영리한 제자들이 이를 모를리 없었다. 후세 학자들은 이에대해 '안회가 공자의 친척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공자의 어머니 안징재(顔徵在)와 친척관계 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친척이라 공자가 안회를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날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자 가운데 누가 가장 배우기를 좋아합니까." 공자는 마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안회다. 그는 화가 나도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고(不遷怒), 동일한 과오를 되풀이하여 범하지 않는다(不貳過). 불행하게도 명이 짧아서 일찍 죽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다." '배우고 익히는 것(學而時習)'을 인생 삼락 중 가장 으뜸으로 여겼던 공자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제자 중 안회를 지목한 건 그만큼 그를 가장 아끼고 있었다는 뜻이다. 공자는 '감정을 억제할 줄 알며 그로인해 과오를 두번 다시 반복하지 않는' 안회가 죽었을때 "내게 회가 있음으로써 문인들이 더욱 가까워 졌거늘!"이라며 크게 슬퍼했다.

2차 대전 후 독일의 경제 부흥은 '라인강의 기적'으로 대변된다. 그 중심에는 아데나워의 뒤를 이어 수상이 된 에르하르트가 있다. 그는 늘 독일 부흥의 원인을 '나치 전범을 영구히 추방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악의 근원을 뿌리 뽑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2차대전 후 재건을 위해 드골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나치에 부역한 비시정부의 추종자와 협력세력을 대 숙청한 것이었다. 이른바 불이과(不貳過)를 위해서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청문회를 여는 목적은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조롱·막말·면박 주기는 여전했다. 하이라이트인 7일 청문회엔 주인공 최순실마저 나오지 않았다. '최순실 청문회'에 최순실이 없으니 속없는 찐빵이요, 불빛 없는 항구다. 대통령 탄핵의 원인이 됐던 국정농단 청문회치곤 의원들의 질문은 수준이하, 맹탕 청문회다. 남은 청문회 수준을 한단계 높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런 청문회에서 不貳過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과오는 또 반복될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