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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지난 12월부터 스모그 적색 경보령이 내려졌고 한반도 역시 그 영향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중국에선 '赤'자를 기피한다. 적색경보가 아니라 '홍색경보'다. 적기(赤旗)는 홍기(紅旗), 적성은 홍성(紅星), 적십자는 홍십자, 적외선은 홍외선이다. 1960~7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대혁명 붉은 청년 근위대(학생조직)도 적위병이 아닌 홍위병(紅衛兵)이었고…. 적색경보 전 단계인 주황색 경보도 중국서는 橙色預警(등색예경)이고 豫警도 아닌 '預警'이다. 미세먼지도 '사진(沙塵:사천)'이라 부르고 그 먼지바람이 사진폭(沙塵暴:사천푸)이다.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방은 예전부터 미세먼지 지옥이다. 중국어사전에 이런 말도 있다. '바람이 없으면 먼지가 석 자나 쌓이고/ 비가 오면 시가지가 진흙투성이다(無風三尺土 有雨一街泥)'. 먼지가 석자나 쌓이다니! 과장이 좀 심하긴 하다만….

지난달 22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대기오염 적색경보가 발령된 중국 북부 24개 도시 중 하나인 베이징 시 중심부 5지구(地區)가 금후 5년간 인구의 상한을 설정,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거다. 76만2천명의 둥청(東城)구부터 작년도 목표보다 많은 11만5천명을 2020년까지 줄인다는 것이다. 시청(西城)구와 따싱(大興)구, 순이(順義)구도 감축하고 스징(石景)구만 변함없이 61만6천명으로 유지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등의 인구감소 현상과는 반대의 인구감축 계획이지만 실효를 거둘까. 중국의 대기오염 감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노후 화력발전소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하는 게 급하고 화석연료 감축과 노후 경유차 대체 등이 시급하다. 베이징 등 북부 도시민이 스모그 미세먼지를 피해 남쪽 푸젠(福建)성과 윈난(雲南)성을 비롯해 '하이난의 밤'이라는 노래로도 유명한 하이난(海南) 섬 등으로 피난을 떠난다지만 일시적 방편일 뿐이다.

2017년 벽두부터 중국발 미세먼지가 답답하기 그지없다. 새해에 많이 받으라는 복이라는 것도 미세먼지가 묻어 뽀얀 듯싶다. 먼지떨이로 탁탁 털든지 물로 씻어 고이 주고받아야 할 판이다. 그나마 먼지투성이 복도 안 받는 것보다야 받는 게 낫다는 건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