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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이 누구인가. 1807년 나폴레옹 군대에 점령당한 베를린에서 그 유명한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을 한 대 철학자 요한 피히테(Fichte)는 베를린 대학 초대 총장을 지냈다. '존재와 시간' '진리의 본질' 등 명저(名著)로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의 대가 하이데거(Heidegger)도 나치 시절 프라이부르크(Freiburg)대학 총장이었다. '뷔리당의 나귀'로 유명한 철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장 뷔리당(Buridan) 역시 두 차례나 파리 대학 총장을 역임했고 '빛의 형이상학'을 주창한 영국의 철학자며 신학자인 로버트 그로스테스트(Grosseteste)도 옥스퍼드 대 총장이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퇴임 후 대학총장으로 가는 걸 자랑으로 여긴 이유가 뭘까. 명예도 권위도 존엄도 그 이상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부터 퇴임 후 버지니아 대 총장이 됐고 4대 매디슨도 같은 버지니아 대 총장으로 갔다. 대통령도 대학 총장 바통도 인계받은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Summers)가 2001년 6월 하버드대 총장 자리에 오른 건 분에 넘치는 대단한 영예였다. 전 고대 총장 김준엽(金俊燁)씨가 역대 정권이 수도 없이 간청하는 국무총리 자리를 마다한 이유도 구미 명문대학 총장의 권위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총장이든 학장이든 호칭이 미국에선 프레지던트, 영국에선 찬슬러(chancellor)다. 대학 대표는 총장이 아닌 '학장'이 제격이다. 도쿄대학이나 베이징대학은 총장이 아닌 '學長'이고 단과대학이 아닌 학부(學部)로 분류한다. 법학부 의학부 공학부 등 도쿄대학엔 10개 학부가 있고 그 대표는 학장이 아닌 부장이다. '총장'이 뭔 뜻인가. 東京大學 北京大學엔 '校'자도 붙지 않는다. 대학의 집(校)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학교 출석을 안 해 무조건(여지없는) 제적 대상이었던 학생의 학점이나 조작해 구제해준 잗달아빠지고 쩨쩨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는 총장이라니! 그 막장 꼼수 짓마저도 안했다고 잡아떼 국회청문회 위증죄로 고발이나 당하는 대한민국 대표 명문여대 총장님. 세계 명문대 총장들이 들으면 뒤로 넘어갈 쇼크 감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