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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은 '소녀동상'이 적합한 말이지만 그 구리 소녀로 인해 현해탄(玄海灘) 파고가 높아졌다. 일본 큐슈(九州) 서북쪽 바다와 부산 앞바다 사이가 현해탄(일본 명 '겐카이나다')이지만 지난 주말 문득 그 한·일간 현해탄에 떴던 무지개가 떠올랐다. 1960년 폭발적인 인기였던 게 한운사(韓雲史) 원작의 KBS라디오 드라마 '현해탄은 알고 있다'였다. 일제 말기인 1944년 아로운(阿魯雲)이라는 문과 대학생이 학도병으로 강제 입대, 갖은 고초를 겪었고 일본 여성 히데코(秀子)와 사랑에 빠져 도망친다는 줄거리다. 그 때 현해탄에 떠오른 무지개가 환상적이었지만 한·일 양국이 삐걱거릴 때마다 그 현해탄 무지개가 아른거린다. '일의대수(一衣帶水)'라고 했다. 한 줄기 띠처럼 냇물(바닷물)을 끼고 있는 가까운 나라가 한·일 간이다.

그런데 7일 키시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스가(菅義偉) 관방장관은 부산 소녀상의 즉각 철거요구와 함께 나가미네(長嶺安政) 주한 대사와 모리모토(森本康敬) 부산총영사에게 본국 소환령을 내렸고 닛카이(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한국은 번거롭고 귀찮은 나라'라고 했다. 그에 맞서 윤병세 한국 외무장관도 일본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양국이 합의한 위안부 문제 교섭내용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에선 자성(自省)의 목소리 또한 높았다. 이시바(石破茂) 전 방위상은 6일 '양국의 단층은 깊다. 서로 간의 감정 에스컬레이터는 좋지 않다'고 말했고 나카소네(中曾根弘文) 자민당 특명위원장은 그 이튿날 '반발과 항의보다는 의연한 대처'를 요구했다. 서로 쏘아보는(니라미아우) 대항보다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거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도 각각 사설에서 '성급한 대항보다 숙고를' '관계개선 흐름을 멈춰선 안 된다'고 썼다.

바로 그거다. 그게 다름 아닌 '일의대수' 양국 사이의 현해탄 무지개를 지우지 말자는 주창 아닐까. 이제 우리도 끝없는 과거 피해의식보다는 전향적 자세가 아쉽다. 당당하고 의연하자는 거다. 위안부 문제든 뭐든 국가간의 합의는 지키는 게 도리다. 한·일간 국제결혼 커플, 아로운과 히데코의 후예들이 얼마나 불편하랴.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