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비박계 개혁보수신당이 공식 출범과 함께 당명을 '바른정당'으로 정했다. 공모에 응한 당명이 보수당 신알파고당 주민바라기당 정정당당 바른정치 바른정치연합 공정당 등 무려 3천800여 개였고 그중 '올바르다 공정하다 정의롭다 따뜻하다'는 뜻의 '바른'으로 정했다는 거다. 하지만 종이나 헝겊 따위를 풀칠해 붙이는 것도 바르는 것이고 밤 따위의 알맹이를 빼고 겉을 쪼개는 것도 바르는 거다. 뭘 발라내 먹는 것 또한 바르는 것이고…. 당의 알맹이를 빼고 겉을 쪼갠다면 두렵지 않나? 그도 그렇지만 뭣보다 기존 정의당과 뜻이 같지 않은가. 바르다는 말에 '따뜻하다'는 뜻도 없다. '양지바르다'는 말은 햇볕을 잘 받게 생긴 땅이라는 거지 따뜻하다는 뜻은 없다. 그리고 '바른'정당이라며 로고 글씨는 왜 그 모양샌가. '른'자는 춤을 추고 똥그라미 두 개는 왜 그리 작나?
그런데 인명도 당명도 왜 그렇게 우리 고유어로만 지으려고 광적으로 집착하는지 자다가도 모를 일이다. 2012년 8월 새누리당 창당 이래 중국과 일본 언론은 단 한 번도 새누리당 보도를 하지 않았고 못했다. 그 사실을 바른정당에선 알고 있을까. '누리'는 '세상'의 고어다. 따라서 '새 옛 세상 당'이라는 뜻도 어처구니없지만 뭣보다 '새누리'의 한자 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언론은 새누리당을 집정당(執政黨→집권당) 아니면 新世界黨, 新國家黨으로 표기하고 일본에서도 새누리의 '새' 표기가 불가능해 '세누리'로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어의 '누리'는 노예고 일본어 '누리'는 개칠 똥칠 등 칠하기다. 전 한나라당과 현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韓ナラ黨'과 '一國家黨'이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共ニ(토모니)民主黨' '共同民主黨'이다. 도대체 야당을 '더불어당(與黨)'이라고 하다니 포복절도 감이다.
우리 당명에 일본어 중국어까지 신경 쓸 거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표기가 안 되는 걸 어쩌나. 바른정당 '바른'도 중국어로는 '바퀴를 뽑아버린다(拔輪:바룬)'는 뜻이고 일본에서도 '바른' 표기는 불가능이다. '바룬'밖에…. 씽씽 내달릴 정당의 바퀴를 빼버린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