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위협, 중국의 사드 보복, 한·일 갈등에다가 동맹국 미국마저 트럼프의 보호무역과 미국우선주의의 배타적인 철갑을 두른다면 어쩌랴. 사방이 초나라 노래뿐인 사면초가(四面楚歌)가 아니라 사방에서 들리느니 온통 적의 노래 아닌가. 하지만 오해하기 쉽다. 초(楚)패왕 항우와 한(漢) 유방의 패권전쟁에서 울려 퍼졌던 사면초가는 초나라 군사의 향수를 자극,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한의 군사가 불렀던 초나라 노래였다. 그럼 지금의 한국은 어떤가. '근혜 순실 난(難)'으로 인한 자중지란에다 '사면적가'로 엎친 데 덮친 꼴이다. 특히 중뿔난 건 중국이다. 아직 배치도 안 된 사드에 대한 보복과 위협이 너무나 집요하다.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라고 했던가. K팝과 드라마 금지, 한국 제작진의 중국작품 연출, 예능프로 합작, 한국 연예기획사의 신규투자 등을 금지한 한류 봉쇄는 시작에 불과했다.
성주 골프장을 사드 기지로 내준 롯데에 대한 해코지도 극심하다. 상하이 본사, 선양(瀋陽)과 청두(成都)복합단지, 롯데제과와 롯데 알루미늄 등 중국의 롯데그룹 150여 사업장에 대해 난데없는 소방 위생검사와 세무조사까지 벌였다. 중국 항공사들은 또 중국 설(春節)을 앞두고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전면 불허했다. 몰려갈 중국 유커(游客)를 막기 위해서다. 게다가 이번엔 한국 화장품 수입금지령까지 내렸다. 대국답지 못한, 참으로 다랍고 쩨쩨하고 치사한 소국(小國) 짓거리가 아닌가. 더욱 한심한 건 작년 11월 중국 질검총국(質檢總局→질량검험검역총국)이 외제 화장품 28개 제품에 저질 불합격 판정을 내렸고 그 중 19개가 한국 거라는 거 아닌가. 전 세계 인증이 끝난 최상품을….
'전면굴기(全面굴起)시대'라는 자평의 중국. 그 오만방자 기고만장이 하늘까지 뻗쳤다. '중국이 세계의 닻(中國是世界的定海神針)'이라는 거다. 중국이 닻을 내리면 전 세계가 항진을 못한다는 소리다. 지난달엔 항모 랴오닝(遼寧)호가 태평양을 휘젓더니 이번엔 군용기 10여대가 한·일 방공식별구역을 누볐다. '미국 나와라! 맞장 뜰 상대는 너네뿐'이라는 식이다. 우리 대권 주자들 귀엔 저 사면적가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