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가다 효신테크7
유상운 효신테크 대표이사가 국내 최초로 훈제요리가 가능한 상업용 오븐 '코스티모'를 선보이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유상운 대표이사, 거듭된 사업실패로 '실의'
장성한 두 아들 격려·지원 힘입어 권토중래
보일러 회사 연소 부품 납품하며 기술 축적
훈연기능 탑재·자동세척 등 획기적인 제품
내구성 강화 전략 적중 '업계 1위' 부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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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삼부자'가 함께 이끌어가는 유망 기업이 있다.

두 아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던 50대 가장. 하지만 사업이 거듭 실패하자 그는 절망한 채 주저앉는다. 어느덧 장성한 두 아들은 실의에 빠져 있던 아버지의 재기를 돕기로 한다. 삼부자가 함께 이끄는 한 기업의 '희망 스토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주)효신테크. 이 업체는 국내 최초로 훈제요리가 가능한 상업용 오븐(콤비스티머)을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곳이다.

유상운(67) 효신테크 대표이사는 인터뷰 첫머리부터 두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두 아들과 함께 회사를 키워오고 있습니다. 가난을 물려주기 싫었는데, 여러 번의 사업실패 이후 결국 나락으로 빠져들었어요. 그때 두 아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고심 끝에 '우리 같이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죠. 제 나이 오십이 훌쩍 넘었을 때였습니다." (웃음)

유 대표는 김포의 한 작은 공장을 빌려 국내 유명 가스보일러 회사에 부품을 대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귀뚜라미, 경동, 대성 등 가스보일러 회사들이 해외 진출로 성장하면서 덩달아 우리도 안정적으로 밥 먹고 살 정도가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대기업 하청 업체로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새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상업용 오븐 시장에 주목한 유 대표는 "국산화에 성공한 일부 기업들의 제품은 독일·이탈리아 등에서 수입한 유럽 제품보다 성능이 한참 떨어졌다"며 "보일러 회사에 납품하던 연소 관련 부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효신테크는 2010년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소(소장·유성호(38), 둘째 아들)를 설립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2013년 초 시제품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후발 주자인 효신테크가 출시한 브랜드 '코스티모'는 우수한 품질로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많게는 하루 3끼의 식사를 준비하거나 24시간 오븐을 가동해야 하는 음식점과 구내식당 등에서는 제품의 내구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 적중했다. 유 대표는 "처음에는 크기가 가장 작은 제품(식수인원 100~500명)밖에 없었다"며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라인을 갖출 여력도 없었지만, 살아남으려면 품질 경쟁력이 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코스티모
코스티모 14단 'HSO-14E3'. /효신테크 제공
효신테크의 기술개발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세계 최초로 훈연 기능을 탑재한 상업용 오븐을 개발하기도 했다.

코스티모 시리즈는 육류, 베이커리 등을 요리할 때 오븐의 온도와 스팀의 양을 조절해 다양한 맛을 내는 제품이다. 최적의 상태로 요리가 완성됐다면 그 레시피를 저장했다가 다음에 또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자동세척 등 각종 스마트한 기능을 탑재했다.

효신테크는 지난해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소기업청 성능 인증, 조달청 우수제품 인증 등을 받았다.

또 지난해 말 특허청과 인천시가 주최하고 인천상공회의소 인천지식재산센터와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한 '제8회 중소기업 IP경영인대회' 및 '인천지식재산포럼'에서 지식재산 경영인식 확산과 저변확대에 기여한 공로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효신테크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첫 시제품을 내놓았을 때에는 인천경제통상진흥원(현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의 베트남 시장 개척단에 참가해 현지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첫째 아들인 유성한(40) 전략영업본부 팀장은 "날씨가 무더운 곳이어서 제품의 내구성을 더 높이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관광산업이 발달해 리조트와 호텔 등이 많은 태국과 싱가포르 시장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효신테크는 올해에도 해외 제품전시회 등에 꾸준히 참가할 계획이다.

효신테크 브랜드인 '코스티모'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의 여신 '헤스티아'의 의미(Corean+Hestia+Steam+Oven)를 담아 '한국형 콤비스티머의 여신'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이름에 걸맞게 "국내 업계 1위로 우뚝 서는 것"이 유 대표이사의 새해 목표다.

"기업이 더욱 성장해서 탄탄해지면 가장 먼저 함께 고생하고 있는 우리 직원들에게 많이 베풀어야겠다고 다짐해요. 또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사회공헌 사업에도 참여하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계속된 실패 끝에 나이 오십이 넘어 두 아들과 함께 무일푼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도 희망을 잃지 말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