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추천이나 임명에서
관계자들 투표결과 반영 꼭 필요
권력만 노리는 인사 조직 폐해만
평판 좋은 인물 발굴 선정해야
그것이 새정부의 정의로운 국가
공공기관을 재정립하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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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취임식. 30분 정도의 행사가 끝나면 임직원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밥이나 먹으러 가지'. 만약 그렇게 공무원이나 임직원들이 식당으로 갔다면. 그의 관운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장수할 장관인지 기관장인지. 공무원과 임직원들이 동물적 감각으로 취임식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장관이나 기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함께 즐겁게 일할지. 아니면 버티는 것으로 만족할지를 결정한다. 이미 현장에서 그가 인물인지 사람인지를 판단한 결과이다.

그리고 바로 그들대로의 언어와 몸짓으로 자신들의 생존의 시나리오를 만든다. 권력자와 호형호제한다는 그가, 이력서가 좋다는 그도, 몇 개 외국어를 한다는 그가, 낙하산 인사라는 그도. 그의 가문에는 영광이겠지만 내 삶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수많은 장관과 기관장을 겪으면서 몸소 체득한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 역시 취임식에서 공무원들로부터 그러한 내심의 판단을 받았을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보은인사나 낙하산 인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 분들이 많다. 낙하산 인사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더 이상 기웃거리지 않고,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간 분들도 많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이고, 선거캠프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일한 분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한자리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투입되었던 공공기관은 얼마나 되는가.

2016년 기준으로 321개의 기관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인력은 2015년 말 기준으로 28만7천명에, 총 예산은 627조원이다. 정부예산의 1.7배이고, GDP 대비 40.7% 이다. 이들 기관은 국가정책의 추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조직들이다. 물론 이외에도 과거 정부가 인사에 개입하던 기관들은 더 많이 있다. 이들 기관장이나 이사 그리고 감사 자리가 낙하산 인사의 대상이다.

바로 그 자리에 있는 MB와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인사 청산과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낙하산인사를 반대한다는 주장들이 충돌하고 있다. '내로남불'은 이 경우에도 그대로 진행형이다. 하지만 과거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인간됨의 도리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라면 과거 정부와 같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첫 출발을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장 등의 인선방식에 대한 제도변화가 있어야 한다. 낙하산 인사가 적폐청산의 대상이라면 관련 제도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 현재의 임원추천위원회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방식은 부적합하다. 왜냐하면 문제가 된 낙하산 인사를 추천하고, 임명하는 제도로 악용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을 해 본 경험이 있다. 후보자가 3~5배수 이상이라는 규정 때문에 가공의 지원자도 있었다. 면접 후 부적격자라고 했음에도 내정된 자가 결국 임명되었다. 추천위원회나 운영위원회가 결국 기획재정부나 해당부처의 이름을 빌려 정권의 의지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와 487개의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과연 이를 받아든 공무원과 임직원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을까. 단명할 장관이나 기관장일수록 국민보다 자신의 업적과 앞날을 우선시 한다. 우수한 평가를 받기위해 일상적인 업무를 그럴듯한 성과로 포장한다. 무능한 기관장일수록 조직을 난도질한다. 임직원들이 받은 깊은 상처를 개혁으로 포장한다. 그 때마다 조직의 침묵은 길어진다.

향후 기관장의 추천이나 임명에서 임직원들이나 관계자들의 직접 투표한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권력만을 노리는 기관장들과 낙하산 인사들이 조직에 저지른 폐해는 넘쳐 난다. 그들보다는 평판이 좋은 인물들을 발굴하여 임명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가 가고자 하는 정의로운 국가와 공공기관을 재정립하는 지름길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