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반 동안 역사의 참상 알리려 전세계 61개 도시 상영회
대종상은 할머니들께서 주신 상… 수익금도 '소녀들의 피'
귀향 성공은 '착시현상' 실상 알렸는데 변한 게 없지 않나
차기작은 계획없어… 恨 다 풀어드리고 나서 찍어야 도리

그것도 아주 '능력있는' 영화감독 말이다. 지난해 영화 '귀향'으로 영화계 돌풍을 일으킨 조정래(45) 감독 얘기다. '영화감독 조정래'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낯설어 할 테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을 그린 영화 '귀향(鬼鄕)'은 한번쯤 들어봤음직하다.

영화 '귀향'은 준비작업을 거쳐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장장 13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2002년 조 감독이 나눔의 집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다 강일출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그림을 보고 홀로코스트를 접한 듯한 충격을 받은 것이 영화로의 시작이었다.
이후 그는 직접 시놉시스를 쓰고, 증언을 수집했다.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빨리 개봉해 할머니들과 만나고 관객들과도 호흡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작비 조달이 여의치 않았고, 당시에는 생소했던 크라우딩 펀드를 진행해 4만5천여명이 제작비를 후원했다. 손숙, 정인기, 오지혜 등 유명 배우와 영화 명량, 암살, 도가니 등의 제작에 참여했던 유명 스태프들의 재능기부도 이뤄져 결국 지난해 대중과 만날수 있었다."


그는 영화가 흥행하고, 감독으로서 인지도도 쌓았지만 변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찾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영화를 통해 할머니들의 참상을 알리느라 국내를 넘어 전세계를 돌며 일정이 더욱 빡빡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1년반 가까이 전세계 61개 도시를 돌며 1천307회의 영화상영회를 가졌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전역에서 영화 상영에 대한 요청이 이뤄졌다. 상영장소만 제공되면 직접 영사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상영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나면 한결같이 하는 말들이 있다. 'Really?' 이게 사실이냐고 묻는 질문이 정말 많았다. 상영이 끝나면 질의 응답시간도 갖는데 20분 정도 생각하다 통상 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영어답변서까지 만들었다"고 전한다.

그러다보니 조 감독은 자연스레 영화 속편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 영화를 통해 미처 다하지 못한 얘기들을 전해야겠다 마음먹었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작업에 열을 올려 조만간 2편의 결과물을 선보이게 됐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부제: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와 '에움길(가제)' 등 2편이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영화로 보는 증언집이라 할수 있다. 할머니들의 증언영상과 미공개영상으로 구성된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다큐멘터리다. '에움길'은 올 하반기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인데 영화 '귀향'에 결말로 넣고 싶던 것을 에필로그에 포함했다"고 귀띔한다.
최근 일제시대를 소재로한 영화가 줄을 잇는 가운데 또 한편의 기대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 한 역사가의 발언은 그의 이런 노력을 빛바래게 했다. 심용환 역사가는 영화 '군함도'가 역사를 왜곡했다고 지적한데 이어 '귀향'도 위안부이야기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월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영화 군함도에 대해 이야기하며 "몇해전 몇 백만이 보았던 '귀향'만큼 못 만들고 위안부 이야기를 왜곡한 영화도 드물다… 강제동원의 현실은 차라리 군함도가 훨씬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조 감독은 "영화 '귀향'은 철저한 역사검증과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형식을 빌린 '증언집'이라고 할수 있다"며 심씨의 주장에 강한 어조로 반발했다. 결국 심씨는 글을 게재한 이튿날인 7월29일 '할머니들께 상처가 되었다면 모두 제 잘못입니다. 너무너무 죄송합니다'라고 해명 글을 올렸다.
조 감독은 지난해 영화 '귀향'으로 여러 상을 받게 됐고, 그중 일생 단 한번만 받을 수 있다는 신인감독상(대종상영화제)까지 거머쥐었다. "솔직히 제가 받았다기 보다는 할머니들께 주신 상이다. 영화 '귀향'의 수익도 '소녀들의 피'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실제 영화수익금 일부를 나눔의집에 기부했다.
할머니들 덕에 영화가 만들어질수 있었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23일 별세한 김군자 할머니의 소식은 그에게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2002년 나눔의집을 찾을때부터 할머니를 봬 왔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평생을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데 노력하셨고, 돈 한푼 허투루 쓰지 않고 후세들만 생각하셨는데 안타까웠다. 그나마 할머니 운구를 들고 가까이서 마지막을 배웅해드릴수 있어 감사했다."

차기작에 대해 물었다. 그는 단호히 말했다. "없다. 우선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리고 나서 영화를 찍을 생각이다. 영화 '귀향'이 성공했다고 하지만 착시현상 아닌가 싶다. 영화로 많은 분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실상을 알게 됐는데 변한게 없다. 어떻게 감히 다음 영화를 한다고 말하겠나"라고 했다.
그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영화가 역사에 대한 문화적 증인이 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상을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역할을 했으면 한다. 이제 37분이 남으셨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진정한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조정래 감독은?
▲ 1973 경북 청송 출생
▲ 1992~2000 중앙대 영화학 학사
▲ 2000 단편영화 '종기' 데뷔
▲ 2011 제1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관객상
▲ 2012 영상물등급위원회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상물 극영화 부문
▲ 2015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학순상
▲ 2016 영화 '귀향' 개봉,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 한국 영화를 빛낸 스타상 감독상, 제36회 황금촬영상 신인감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