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온 안중근 동상<YONHAP NO-3267>
의정부시가 한중관계 냉각 전 시진핑 주석 지시로 제작해 시에 기증한 안중근 의사 동상을 8일 의정부역 앞 광장에 전격 설치했다. 동상을 제작한 중국 유력 민간외교단체인 차하얼학회는 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의정부시도 양국 고위관계자가 참석하는 제막식을 추진중이다. 이에따라 안 의사 동상 제막식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불편해진 한·중관계 복원의 시금석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의정부/최재훈·김연태기자 cjh@kyeongin.com

학회측 文대통령 참석 타진
中 고위관료 방한등 협의중


8일 의정부시는 의정부역 앞 광장에 중국측으로부터 전달받아 보관 중이던 안중근 의사 동상을 전격적으로 설치했다.

시의 갑작스러운 동상 설치는 동상의 실재 여부와 관련한 구구한 억측을 일소하려는 의지와 함께, 불편해진 한·중관계를 의식해 동상제막을 미루어 오던 중국측의 입장 변화가 감지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동상을 기증한 차하얼학회 측에서 대통령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학회 측에서도 중국 고위 관료가 제막식 행사에 참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막식 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혀 한·중 양국관계의 영향권에 갇혀있음을 시사했다.

안중근 동상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방중 당시 시 주석이 제작을 지시했고, 이를 실행한 차하얼학회는 양국 우호를 위해 쌍둥이 동상을 만들어 양국에 각각 하나씩 세우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의정부시가 동상을 유치했다.

그러나 그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양국 관계가 악화했고 지난 5월 안중근 동상이 중국에서 인천항을 통해 의정부시에 들어왔으나 차하얼학회 측의 요청으로 공개되지 못했다.

이날 의정부역 앞 광장에 설치된 동상은 2.5m 높이의 청동으로 제작됐으며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하고자 달려가면서 품 안에서 총을 꺼내는 형상이다. 현재 동상은 포장재에 덮인 상태로,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안병용 시장은 정기 브리핑을 통해 "안중근 의사에 관해서는 한국, 중국, 북한, 일본 등이 미묘한 관계에 있고 사드 문제까지 발생해 차하얼학회 측이 당분간 비공개를 간곡히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6월 서울에서 한팡밍(韓方明) 차하얼 학회 주석을 만나 동상 제막식에 양국 고위 관료가 참석하는 방안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며 "당시 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 참석 가능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 지역 국회의원인 문희상 의원을 통해 타진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차하얼학회 측은 현재 중국 내 서열 3위 이상 고위 인사가 제막식에 참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안 시장은 전했다.

한편 차하얼학회는 2009년 중국 학계와 정·재계에 영향력을 가진 한 주석이 주도해 만든 단체로, 민간 외교영역에서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의정부/최재훈·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