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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수가 살아있을 때 그를 묘사한 작품은 하나도 없고, 사후 몇 백 년이 지나서야 예수의 초상화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서양화가들이 그린 대부분의 미술작품 속에서 예수는 금발, 혹은 갈색 단발머리에 수염을 길렀으며 잘생기고 온화한 백인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495년부터 3년에 걸쳐 완성한 '최후의 만찬'일 것이다.

그런데 영국의 법의학자이자 전 맨체스터대 교수였던 리처드 니브는 지난 2001년 예수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3개의 셈족 두개골을 분석해 예수가 잘생긴 백인남성이라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그가 컴퓨터 단층촬영과 디지털 3D 기법을 활용해 만들어낸 예수는 담갈색 눈에 거친 수염, 짧은 곱슬머리와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녔다. 또 키는 약 1.5m로 작고 몸무게는 5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됐다. 예수는 목수의 아들, 그것도 중동지역인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이 유럽 백인처럼 묘사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다음 달 15일 열리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0년쯤 제작한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그림이 경매에 부쳐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수 초상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이 그림은 예수가 오른손을 들어 축복을 내리고, 왼손으로는 크리스털 보주(寶珠)를 잡고 있는 모습인데, 그동안 서양화가들이 묘사했던 예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상 낙찰가는 무려 1억 달러(약 1천135억원)다.

원래 다빈치의 제자 중 한사람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유럽 귀족들의 손을 거치며 심한 덧칠 등으로 손상돼 1958년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단돈 45파운드(약 7만원)에 팔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2005년 그림의 붓질과 염료 등을 정밀 감정한 결과 이것이 다빈치의 진품이라고 확인했으며, 6년간의 복원을 거쳐 재공개되는 것이다. 특히 20여 점밖에 남아있지 않은 다빈치의 완성품 중 하나라는 장점에 '예수 초상'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은 듯한데, 그나저나 우리는 과연 언제쯤 예수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