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매우 관용적'이란 조사 나와
서로의 다양한 정체성 존중하고
갈등 해소·평화로운 사회 일구는데
문화다양성 가치 존중 했으면 한다

문화다양성에서 문화는 좁은 의미의 문화개념이 아니다. 단순하게 더욱 다양한 예술장르를 즐기고 확산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화다양성은 다양한 배경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편견과 갈등을 넘어서 함께 공존하며 발전해 나가자는 개념이다.
한국의 문화다양성법에도 '국적, 민족, 인종, 종교, 언어, 지역, 성별, 세대 등에 따른 문화적인 차이를 이유로 문화적 표현과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이나 참여에 대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법의 목적 중 하나는 문화다양성에 기초한 사회통합이다.
그럼 한국사회의 문화다양성 수용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110번째로 문화다양성 협약을 비준하였는데,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의 문화다양성의 인정과 수용 수준이 딱 그 정도일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갈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무척 심각한 편이다. 2016년 OECD 국가 34개국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사회갈등지수(Social Conflict Index)'에서 대한민국은 멕시코, 터키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5∼2015년 5년 주기로 측정한 사회통합 지수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을까? 개별적인 평가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한국사회에 어느 정도의 갈등과 차별이 존재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으로 보았을 때는 일정한 수준에 올라있다고 자부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만연한 차별과 혐오의 수준을 보면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는 매우 낯부끄러운 면이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2017년 11월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양성평등지수는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8위로 최하위권이며, 심지어는 2015년 115위에 이어 점차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월 BBC 글로벌서베이의 다양성 포용정도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7개 조사대상국 중 26위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은 배경, 문화, 견해가 다른 이들에 얼마나 관용적인가에 대한 응답에 단 20%만인 매우 관용적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UN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2017년 대한민국 정부의 제4차 보고서를 심의하고 최종견해를 통해 한국사회의 문화다양성 부족에 매우 우려하며 문화다양성 확산에 힘쓰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정책 속에 문화다양성이 표현되고 있다. 2018년 문화부가 밝힌 업무계획의 3대 비전을 보면 개인의 자율성 보장, 공동체의 다양성 실현, 사회의 창의성 확산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비록 개헌안이 발의되지 못했으나, 2018년 3월 정부에서 국회로 제출한 정부의 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9조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고, 전통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국가가 문화의 자율성 및 다양성을 증진할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서로의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하고 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일구는데, 문화다양성의 가치 존중과 인식 확산이 기여했으면 한다. 지난 시절 많은 정책들이 구호에 그치고 사라진 전철을 밝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