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구상 집행 경기도 아닌 전국으로 영향
'이해찬과 공감' 여당내 의미있는 정치행위
소중하게 쓰겠다는 '공적권력' 실체는 현실

특히 1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토지공개념 현실화에 대한 공감대를 과시(?)한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이 지사는 이날 예산정책협의차 도청을 방문한 이 대표 앞에서 "부동산 문제, 경제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축이라 생각한다"며 "모든 토지에 대해 공개념을 적용해 일정액의 (국토)보유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주장에 그친게 아니라 경기도가 시범을 보일 수 있도록 법적 지원을 요청했다. 실세 대표인 이 대표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해놓고 실제로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다보니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호응했다.
한달전 본란에서 이 지사에게 모든 의혹은 법에 맡기고 도정에 전념할 것을 요청했었다. 표준시장단가제도 확대 등 의미있는 '이재명표 도정'이 '의혹 공방'에 매몰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때에 비하면 이 지사의 도정 집중력이 현저하게 회복된 것으로 보이니 반가운 일이다. 물론 이 지사가 만들어 낸 정책이슈들이 정부의 협조와 여론의 호응속에 순조롭게 실현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지방선거 전후와 취임 이후 시달렸던 의혹에서 벗어나 도정 수행자라는 본연의 면모를 회복한 현상 자체가 의미있는 진전인 건 틀림없다.
그래서 이 지사에게 추가 요청을 해본다. 다름 아니라 자신의 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필자의 견해를 말하자면 이 지사는 이제 거대한 권력이다. 이 지사의 정책구상과 집행의 결과가 미치는 영향력은 성남시장 시절과 비할바가 아니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이 지사로 인해 난리가 났다. 건설원가 공개, 표준시장단가제 확대가 건설업을 고사시킬수 있다는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현장검증을 마쳤다지만, 정책의 영향이 성남에 제한적인 상황과 경기도, 나아가서 전국으로 확대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분명한 건 한국 건설업계가 이재명의 한마디에 자지러질 정도가 된 현상이다.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이제 큰 권력이다.
이 지사의 정치적 언행도 마찬가지다. 그의 한마디는 전국적인 정치적 파문을 초래할 수 있다. 이해찬-이재명의 토지공개념 공감은 정책이면서 정치다. 이 지사의 경기도가 앞장서고 이 대표의 여당이 후원해 국토보유세로 무장한 토지공개념제도가 정책으로 다듬어진다면 나라와 정국이 발칵 뒤집어진다. 공감은 경기도청에서 두 사람이 했지만, 논란은 대한민국 전체를 삼킬 폭발적인 의제다. 이와 별개로 '이해찬-이재명의 공감' 자체가 여당내 정치지형에서 매우 의미있는 정치행위다. 김진표의 탈당압박은 사라지고 '이해찬-이재명 공감'이 주목받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경기도지사 이재명 뿐 아니라, 정치인 이재명도 이젠 거대 권력이다.
이 지사는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에 대해 '거대 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 음모'로 규정했었다. 이젠 아니다. 이 지사는 주체가 불분명한 음모로 죽기에는 실체가 너무 분명한 거대한 공적 권력으로 성장했다. 음모에 희생되는 약자 코스프레는 부자연스럽다. 권력을 경기도민과 국민을 위해 소중하게 쓰겠다는 겸손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권력의 실체는 현실이다.
권력이 커질수록 도전하는 세력도 많아지고 도발의 강도도 거세진다. 권력 생태계의 자연현상이다. 중요한것은 응전의 방식과 태도다. 이 지사는 최근에 페이스북 팔로워 5천명에게 실천적 지지로 큰 방패가 되어달라 요청했다. 페이스북 5천 결사대가 이 지사 권력의 크기에 걸맞는 응전의 방식인지 의문이다. 논쟁적이고 소모적이고 일방적일수 있다. 공적 권력의 크기에 맞는, 제시하는 담론의 규모에 어울리도록 응전의 방식과 도구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