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불공정·위법 갈수록 진화
도쿄대 부정·하버드대 亞계 차별…
日·美서도 계속되는 '공정성 논쟁'
관련자 재량폭 줄여 정의 회복해야

하지만 그 진입을 위한 대학입학제도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숙명여고 사태는 현행 대학입시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보여 주고 있다. 시험문제 유출과 성적, 교수와 자녀의 공동논문, 각종 표창과 허위 실적 조작에 이르기까지 불공정과 위법의 사례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그것은 입시의 불공정을 넘어 우리사회의 근간을 훼손하는 우려할 만한 사건들이다.
입시가 공정한가에 대한 논쟁은 일본과 미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일본은 도쿄 의과대 입학부정 사건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도쿄 의과대가 여학생이나 3수생과 4수생 등에게는 가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불합격시켰다. 외국학교 출신자나 검정고시 출신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의 입시에서 대학의 부정한 점수 조작에 의해서 101명이 불합격했다. 문제는 81개의 일본 의과대학 중에 최소 6개 대학에서 불공정한 입학전형이 실시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하버드대가 입학 사정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입학 지원자들을 지속적으로 차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은 하버드대가 학업성적 이외의 지표인 주관적 개인평가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낮은 점수를 부여하여 입학 심사에서 아시아계를 차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아시아계는 개성평가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2013년의 경우 학업 성적만을 따지면 아시아계 미국인의 비율이 전체 입학자의 43%가 되어야 하지만 다른 평가 요소를 도입하여 19%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업성적과 시험점수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성적 이외의 다른 지표들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대학입학에서 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폐기시키겠다고 한 트럼프 정부의 개입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인종 다양성을 반영한 입시정책을 두고 미국 법무부와 하버드대·컬럼비아대 등이 충돌하고 있다.
물론 학업성적과 시험점수가 대학에서의 학문적 성공이나 개인의 사회적 성공을 예견하는 최고의 지표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입학자에 대한 전형은 대학의 판단에 맡겨져 있으므로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생 선발에 대한 재량이 있다고 해도 그 방법은 공정하고 타당해야 한다. 입시제도의 기본인 성적과 활동사항들이 조작되고 있는데도 그에 바탕을 둔 대학입시는 계속되고 있다.
묻고 있다. 우리의 입시는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인가. 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분노하는가. 각종 조작과 과대 실적 등에 기초한 수시제도가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최근 불거진 입시제도의 문제점들에 대해 각 대학과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분노가 들끓는데도 특정학교의 일탈로만 보고 있다. 어느 대학도 숙명여고 사태 등을 입학정책에 어떻게 반영하여, 이것을 근절시킬 것인가를 밝힌 것이 없다.
대학입시에서 공정성과 정의를 회복하는 것은 입시 관련자의 재량의 폭을 줄이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주장은 수험생에 대한 예단이나 편견을 제거하고,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는데 적합하다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1회의 수능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혹하다면 학년별 혹은 연 2~3회로 수능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학은 사회적 책무와 대학의 자유를 위해서라도 공정한 입시와 경쟁을 보장하는 새로운 입학 제도를 제시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도 입시에서 자행되는 각종 편법과 위법을 법적으로 엄중히 제재하고 처벌해야 한다. 입학제도는 사회의 공정성과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