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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사간원(司諫院)은 왕이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이를 바로잡거나, 왕의 언행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비판하는 일을 했다. 사간원이 소신 있게 직언하고 왕이 이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때, 왕은 '성군(聖君)'이란 소리를 들었다. 사간원의 수장 대사간(大司諫)은 비록 정3품 당상관이었지만, 소신과 배짱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었던 자리였다. 왕과 독대하는 자리도 많아 권력이 하늘을 찌르는 만큼 시샘하는 사람도 많았다.

대사간은 지금으로 따지면 청와대 민정수석쯤 된다. 예나 지금이나 이들의 역할은 민심과 여론의 동향을 대통령에게 전달해 국정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 업무다. 개각을 앞두고 문제가 있는 인사를 걸러내는 것도 민정수석의 주요 임무다. 인사 대상자들의 주변을 현미경 검증 하고 문제가 있으면 아무리 대통령이 후보자를 신뢰해도 "안된다"고 소신 있게 말해야 한다. 그만큼 업무량도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두 번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업무량이 늘 한계를 초과하는 느낌이었다. 무리하다 보니 민정수석 1년 만에 이를 열 개나 뽑아야 했다"고 적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의 인사검증은 거의 비선조직에 의존했다. 그래서 편지 풍파 인사가 많았다. 그나마 인사검증시스템이 제 자리를 잡은 건 참여정부 때였다. 인사수석이 인재를 추천하면 민정수석이 검증했다. 이후 인사추천위원회를 거친 최종 후보자 중 1명을 대통령이 낙점했다. 그런데도 청문회에서 낙마하는 '인사 참극'이 자주 일어났다. 그때마다 비난은 인사수석보다는 민정수석에게 쏟아졌다. 검증 실패를 더 크게 본 것이다.

지난 3 ·8개각으로 임명된 7명의 장관후보자가 청문회도 하기 전에 자질논란에 휩싸였다. 해도 너무했다. 최정호(국토교통부)의 꼼수증여, 김연철(통일부)의 막말 발언, 박영선(중소 벤처기업부)의 아들 이중국적 논란, 조동호(과학기술 정보통신부)의 배우자 부동산, 박양우(문화체육관광부)의 자녀 억대 예금논란, 진영(행정안전부)의 후원금 부당공제 등 후보자 대부분이 문제가 있었다. 이는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이 부실했던 탓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엄격한 기준이 있어도 운영자의 판단이 잘못되면 참극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비난은 조국 민정수석에게 쏟아지고 있다. 2년의 재직 기간 내내 참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민정수석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