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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투수의 비중을 75%로 본다. 하지만 그 이상이다. 전설적인 야구 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훌륭한 투수는 훌륭한 타자를 막아내지만 훌륭한 타자가 훌륭한 투수를 마구 두들기는 일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1930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3할 타자 8명을 보유하고도 8위에 그친 것을 예로 들었다. 하긴 멀리 갈 것도 없다. LA다저스 투수 류현진은 5월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5승, 방어율 0.59를 기록했다. 매 경기 단 1점도 주지 않으니 패할 리가 없다.

90년대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랜디 존슨, 로저 클레멘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모두 90마일 이상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그렉 매덕스는 그 틈바구니에서 최고 구속 89마일 공으로 놀랄만한 대기록을 남겼다. 통산 355승, 완투 109회, 완봉 35회, 여기에 '투수의 꿈'인 사이영상을 4회 연속 수상했다. 제구력이 얼마나 좋았던지 눈을 감은 포수의 미트에 공을 넣은 적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스트라이크 같은 볼''볼 같은 스트라이크'를 던졌다.매덕스는 피칭을 예술로 승화시킨 '마운드 위의 예술가'였다. 그는 공은 팔로 던지는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던진다는 것, 공은 속도보다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터득한 투수였다. 그의 투심 패스트볼은 지금도 메이저리그 손꼽히는 마구(魔球)로 통한다.

"마치 왼손으로 던지는 그렉 매덕스가 마운드에 있는 것 같았다." 지난주 뉴욕 메츠의 미키 캘러웨이 감독이 류현진의 호투를 두고 던진 말이다. 언론들은 5월의 류현진을 '매덕스의 재림'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평생 매덕스를 따라다닌 '컨트롤의 마법사'를 류현진 이름 앞에, 그리고 류현진의 '류' 매덕스의 '덕스'를 합성해 '류덕스'라는 별명도 붙여 주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NL '5월의 투수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박찬호(1998년 7월)에 이어 2번째다. 이 여세를 몰아 아시아인 최초로 사이영상을 받으면 더 바랄 게 없지만, 혹사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어깨 수술을 한 경험 때문이다. 우리는 20승보다 15승씩 10년 동안 던지는 류현진을 더 보고 싶다. 매덕스의 또 다른 위대한 기록은 23년간 부상자 명단에 딱 한 번 올랐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선수였다. 류현진도 이를 꼭 배워서 부상 없이 오랫동안 공을 던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