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은 젊음이 모방할 수 없는 기록과, 젊음으로 형언할 수 없는 흔적들이 주름져있다. 그 밑줄 안에는 젊은 날에 저 멀리 바라본 '푸른 하늘'이 들어 있고, 푸른 하늘 속에는 '가슴 설레도록' 좋았던 '청년의 이상'이 새겨져 있다. 그러한 꿈같은 시간들을 지나온 '지금은' 다른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고 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들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듯 '내 사는 곳 흙의 향기'를 '온몸 가득히' 맡을 수 있는 지혜로운 황홀감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혈기로 채워진 '그때 그 눈부신 햇살 아래선 보이지 않던 들꽃'처럼 늙음이란 '내 육신 흙 되는 날 가까운'데를 더듬는 성찰이자, 젊은 날의 자기반성이 되는 것이다. '들꽃'이 애틋하게 사랑스러운 것은, 인생이란 그렇게 세상이란 들판에 잠시 이슬처럼 맺혔다 가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