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해변 '청소년 탈선' 안타까워 옛 범죄예방위원 가입해 20년 가까이 활동
출소자 주인공인 '플라타너스' 결혼식 주례… "과거 들추지 말라" 70여쌍 화촉
AG 7만 서포터스 조직·연평도 포격 모금·市재정위기 극복 서명등 뚜렷한 족적
고향 옹진서 민선 군수 지낸 친형 조건호·지용택 이사장 신념등 많은 영향 받아

올해 있을 결혼식까지 포함하면 9년째다.
법사랑위원 인천연합회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가 주최하는 플라타너스 결혼식은 죄를 짓고 복역했다가 출소한 이가 주인공이다.
전과가 있어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그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쳐 결혼식조차 올리지 못한 부부를 위해 매년 조상범 법사랑위원 인천연합회장이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화촉을 밝혀준 부부만 70여쌍이다.
조 회장이 이들 부부에게 주례사를 통해 매번 "과거를 들추지 말라"는 말을 강조한다.
조 회장은 "(전과가 있는) 남편의 흠결을 웨딩드레스로 살포시 덮어준 아내를 절실하고 애틋하게 생각하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한다"며 "아내에게는 내 남편과 남의 남편을 비교하지 말고, 주변 시선을 인식하지 말고, 당신들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조 회장은 주례를 섰던 부부들에게 조언자 역할을 하면서 결혼식 때 했던 "가정생활이 어려울 때는 연락하라"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조 회장은 2001년 6월 법사랑위원(구 범죄예방위원)으로 위촉돼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법사랑 인천연합회 회장을 맡아 플라타너스 결혼식처럼 민·관이 협력하거나 법사랑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범죄예방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법사랑 인천연합회 위원은 현재 25개 지구에서 4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소년 선도활동', '보호관찰 대상자 지도·감독', '법무보호 복지사업' 등 전국 법사랑위원이 수행하는 기본적인 활동뿐 아니라 '여름철 해변 청소년 선도 봉사활동', '청소년 범죄예방 유해지역 순찰', '학교폭력 예방 참여연극제', '청소년 장학사업' 등 지역 특색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천지역은 전국 법사랑 연합회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이 가장 애착을 보이는 사업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학교폭력 예방 참여연극제'다.
조 회장은 "전국에서 유일한 학교폭력 예방 참여연극제는 청소년이 배우이자 관객이 되고,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면서 격의 없는 소통의 장으로 점점 성장하고 있다"며 "교실에서 학교폭력 예방 강의를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범죄예방사업은 조상범 회장이 법사랑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옹진군 북도면의 섬 출신인 그는 여름철 해변에서의 청소년 탈선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는 것이 항상 안타까웠다.
조 회장은 "인천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기 때문에 과거부터 여름철만 되면 청소년들이 몰렸고, 이들이 범죄에 노출된 경우를 많이 봤다"며 "부모의 입장에서 휴양지에서만이라도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싶어 옛 범죄예방위원 중구·옹진군지구협의회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조상범 회장은 이처럼 20년 가까이 인천지역 범죄예방활동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19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전수받았다.
훈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조 회장에게 전달했다.
조 회장은 "과분에 넘치는 훈장을 받게 되니 영광스러우면서도 조금 더 혼신을 다해 봉사했었어야 하는 아쉬움에 부끄럽기도 하다"며 "더욱 열심히 지역사회에 봉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 회장은 인천지역에 '큰일'이 생길 때마다 선봉에 서서 힘을 보탰다.
그가 사단법인 인천사랑운동 시민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었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7만여명 규모의 시민 서포터스를 조직해 '국경 없는 응원전'을 펼친 활동이 대표적이다.
인천시민 서포터스들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선수단을 물론 스포츠 약소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까지 찾아가 관중석을 메웠다.
협의회가 서포터스 운영을 위해 인천시로부터 지원받은 예산 30억원 중 16원을 반납해 지역사회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인천시는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
조 회장은 "북한 선수들 응원은 경비·경호상 문제로 경기가 시작하기 1~2시간 전에 서포터즈들이 입장해야 했는데, 불평 없이 김밥을 먹으면서 기다렸다가 북한 선수들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준 시민들이 참 고마웠다"며 "자국 응원단이 없었던 스포츠 약소국 선수들도 인천시민 서포터즈들에게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때는 인천시 새마을회와 새얼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모금활동을 벌여 40일 만에 약 42억원을 모았다.
포격 피해로 육지로 나와 찜질방에서 지내야 했던 연평도 주민들에게 가구당 500만원씩 숙식비를 지원할 수 있었다.
당시 조상범 회장은 인천시 새마을회 회장이었다. 2012년 펼친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200만 서명운동'의 중심에도 조 회장이 있었다.
조 회장은 인생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인물로 그의 친형이자 민선 1·2·3기 옹진군수를 지낸 조건호 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과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을 꼽았다.
조 회장은 "형님인 조건호 회장은 관선으로 경기도 부천시장을 지내다 초대 지방선거 때 모두가 부천시장에 출마할 줄 알았는데, 인구가 2만명도 채 되지 않던 옹진군수로 출마했다"며 "마지막은 고향의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던 그 신념을 배웠다"고 했다.
또 조 회장은 "지용택 이사장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조언을 구하고, 항상 답을 찾게 해준다"며 "두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상범 회장에게 인천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거창한 얘기를 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겸손하게 사양하면서도 이 한마디를 강조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을 만나면 인천사람들이 인천 얘기를 많이 한다고는 하는데, 자기가 사는 고향에 흉이 되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타지에 가서도 인천을 자랑하고, 타지 사람이 인천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얘기를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늘 그 점이 아쉽다. 인천사람 누구나 인천을 자랑하고, 전국에 사는 누구나 인천을 부러워하는 그런 도시로 시민 모두와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조상범 회장은?
▲ 1947년 인천 옹진군 북도면 시도 출생
▲ 1966년 인천 송도고 졸업
▲ 1970년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1973~1991년 경기도청 근무
▲ 1992~현재 인성개발(주) 회장
▲ 2009~2012년 인천지방경찰청 행정발전위원회 위원장
▲ 2009~2012년 인천시 새마을회 회장
▲ 2010 한양대 인천지역 총동문회장
▲ 2011~2014년 인천사랑운동 시민협의회 회장
▲ 2011~현재 법무부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 회장
▲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성공 개최 기원 범시민추진위원회 시민위원장
▲ 2014~현재 인천시 새마을회 명예회장
▲ 2014~현재 인천사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