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황찬희대표
황찬희 베리굿타임 대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 사회가 조금은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베리굿타임을 통해 책과 가까워지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베스트리빙과 민간서 드물게 염전로 인근에 조성
공연·전시 개최… 공장지대 물류창고 화려한 변신
수백명 모임가능 북콘서트·독서동아리 '특화장소'
곳곳 책 놓인 '가구 판매장' 소파등 마음껏 이용을
'꿈의 우체통' 사연 받아서 '실현' 1년간 지원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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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염전로 인천산업용품유통센터 인근엔 공장들이 줄지어 있다.

그중 형형색색으로 외관을 꾸민 건물이 있다. 복합문화 공간이자 가구 판매장인 '베리굿타임'이다.

가구를 보관했던 물류창고를 1년6개월 동안 새롭게 단장했다.

지난달 베리굿타임의 본격적인 개장을 앞두고 '베리 굿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었는데, 수천 명이 다녀가는 등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베리굿타임은 이달 중 정식 개장한다.

베리굿타임은 주변에 있는 건물과 다를 바 없는 창고였다.

가구 판매·제조기업인 (주)베스트리빙이 가구를 보관하는 용도로 썼다.

 

베스트리빙과 디자인기업인 '시오데코' 황찬희 대표가 뜻을 모아 베리굿타임을 탄생시켰다. 베스트리빙은 공간을 제공하고, 시오데코 황찬희 대표가 공간 활용 등에 대한 기획을 총괄했다.

베리굿타임은 민간에서 만든 독서·문화공간이며 이처럼 대규모로 복합문화공간을 민간에서 조성한 사례는 흔치 않다.

공감 인터뷰 베리굿타임
베리굿타임 내부. 수유실과 화장실 등 모든 공간에 디자인을 입히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가구와 독서·문화를 융합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른 문화공간과 차별성을 지닌다.

베리굿타임 황찬희 대표는 "베리굿타임은 '시간을 파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리굿타임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가구를 판매하기도 한다"며 "많은 분이 이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간을 마련했고, 그러한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베리굿타임은 크게 1층 커피숍 '사랑해', 2층 'VGT존'과 '베북존'으로 구성됐다.

VGT존은 가구 제품의 전시장 역할을 하면서 공간 곳곳에 '책'이 스며 있다. 벽면에 책이 꽂혀 있는가 하면, 전시된 가구에 책이 놓여 있기도 했다.

가구를 사지 않더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건물 가장자리에는 모두가 앉을 수 있는 소파를 마련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황 대표는 매달 8차례 공연을 개최하는 등 VGT존을 다양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감 인터뷰 베리굿타임
베리굿타임 내부.

베북존은 책을 의미하는 'BOOK'을 조합해 이름을 지었다.

페이스북을 줄인 '페북'과 유사한 발음에 착안했다. 이곳은 '독서인'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베리굿타임은 독서 프로그램 '베리리1'과 '베리리2'를 운영할 예정이다. 베리리1은 각자가 준비한 책을 정해진 시간 동안 읽는 방식이며, 베리리2는 정해진 책을 읽고 참여자가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황 대표는 "우리가 주최하는 독서 프로그램 외에도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독서 모임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고 했다.

독서 동아리 대부분은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커피숍을 빌려서 하는 경우가 많다. 베리굿타임은 독서 모임에 특화된 공간이다. 원하는 인원에 맞춰 테이블과 의자 등을 배치할 수 있다.

카페 '사랑해'는 공장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업무상 미팅 등으로 이 카페를 찾게 됐을 때 이름인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 자체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공감 인터뷰 베리굿타임
베리굿타임 내부.

황 대표는 "'사랑해'라는 말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좋은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리굿타임은 건물 연면적이 3천㎡에 이른다. 이 중 절반가량을 가구 전시와 공연 등을 진행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나머지는 전시회, 독서 모임, 독서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한 공간이다. 또 유튜버를 위한 작은 스튜디오도 마련했다.

베리굿타임은 한꺼번에 수백 명이 모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를 활용해 대형 회의, 파티, 미술품 전시, 북 콘서트, 출판기념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황 대표는 디자인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 컨설팅 등의 업무를 맡아 공간을 꾸미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가족 모두 각각 서재가 있을 정도로 온 가족이 독서를 즐긴다고 한다.

황 대표는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이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직원들을 채용할 때도 '독서'는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베리굿타임에 대해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찾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설치한 것이 베리굿타임 한쪽에 있는 우체통이다.

이름은 '꿈의 우체통'이다. 그는 "누구든 이 우체통에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적어 넣을 수 있다"며 "베리굿타임은 이 사연 중 한 명을 선정해 1년 동안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컨설팅 등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 인터뷰 베리굿타임1
꿈의 우체통-우체통에 자신의 꿈과 사연을 넣으면 이 중 1명에게 베리굿타임이 꿈을 이뤄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베리굿타임 공간 하나하나에는 황 대표의 손길이 스며 있다.

화장실, 수유실, 직원 휴게실 등 모든 공간에 디자인을 입혀 보기 좋을 뿐 아니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곳은 침대와 소파 등 모든 가구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데이트 비용이 부족한 연인이나 가족이 편하게 와서 가구를 이용하고, 책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매일은 아니지만 지속해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 등의 행사가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베리굿타임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더 많은 분이 책을 쉽게 접하는 것"이라며 "공간 운영을 위한 비용은 가구 판매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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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베리굿타임이라는 공간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면서 "책을 좋아하거나 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만족하는 공간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꼽았다.

그는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만나는 분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며 "많은 분이 베리굿타임에서 좋은 책을 많이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