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사위 덕적·영흥도 보고서
당시 해군작전중 '억울한 희생'
민간인 최소한 41명 피살 확인
서은미 작가 "사회적 치유 절실"
한국전쟁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꺼내기 힘든 전쟁의 상처들이 많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전후로 인천 섬마을 곳곳에서 터진 민간인 희생사건이 그중 하나다.
이웃 간에도 일어난 비극은 현재까지 세대를 잇는 갈등으로 남아있는데, 사회적인 치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10년 상반기 '진실규명' 결정한 '서울·인천지역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 조사보고서를 보면, 1950년 8월 18일부터 9월 말까지 현 인천 옹진군 덕적도와 영흥도에서 비무장 민간인 최소 41명이 살해된 것이 확인됐다. 과거사위 조사 때 진술과 자료를 통해 추산된 희생자는 100~150명이다.
인천상륙작전 전후로 우리 해군 측이 작전 수행의 길목인 덕적도와 영흥도를 정보수집의 근거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예상하지 못한 작전의 불확실성을 없앤다는 차원이었다. 당시 이들 섬에 적군인 인민군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인 희생 과정에는 같은 섬마을 사람이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도 됐다.
10년 전 과거사위가 '진실'이라고 규명한 사건이지만, 덕적도와 영흥도의 비극은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당시 상륙장소 중 하나인 월미도 주민들의 포격 피해는 인천시가 조례로 제정해 지원하는 등 상대적으로 알려진 편이다.
월미도 주민들은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지만, 덕적도와 영흥도 주민들과 후손들은 아직 섬에 살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덕적도·영흥도 민간인 희생사건을 꺼내기가 민감한 이유다.
과거사위에서 활동한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인권평화연구소장은 2018년 출판사를 통해 옹진군으로부터 군지(郡誌) 기획 중 현대사 부문을 의뢰받았다. 이후 3개월 동안 옹진군 섬지역 노인들을 만나 한국전쟁 당시 기억과 관련한 구술작업을 진행했다.
신기철 소장의 구술작업에는 덕적도와 영흥도 등 민간인 희생사건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는데, 옹진군이 군지를 발행하지 않으면서 이달 중순 '한국전쟁, 전장의 기억과 목소리'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전쟁기 옹진군 민간인 희생사건을 조사보고서가 아닌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다룬 작업은 이 책이 거의 유일하다.
인천문화재단도 지난해부터 한국전쟁 관련 구술·사진 등 자료를 수집해 아카이브화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관련 책을 펴내고, 학술회의를 개최할 계획이기도 하다. 인천문화재단 사업에서 옹진군 쪽 구술작업에 참여한 덕적도 출신 서은미 사진작가는 외삼촌이 인천상륙작전 직전 민간인 희생자다.
서은미 작가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사는 섬에서는 현재까지도 당사자와 후손들이 반목하고 있다"며 "2010년 과거사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했던 덕적도·영흥도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사업 등을 지금이라도 공공차원에서 추진하는 사회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