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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하기 전 안양시장애인재활작업장의 모습./안양시지체장애인협회 제공

안양시가 경기도 감사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증장애인생산품 직접생산 기준'을 완화하는 성과를 이끌어 낸 것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직접 생산 기준 완화가 규제개선으로 인정받으며 최근 안양시가 적극행정 최우수 사례로 꼽았기 때문이다.

31일 안양시에 따르면 시는 2003년 예산을 투입해 안양시의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생산하는 장애인작업장을 만들어 위탁 운영하고 있었다. 시가 반드시 공급해야 하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장애인들이 생산함으로써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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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장애인재활작업장에서 직원들이 종량제쓰레기봉투를 묶음으로 포장하고 있다./안양시지체장애인협회 제공

이러한 정책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이하 특별법) 보다 5년이나 빠른 것이었다. 정부가 '공공기관이라면 용역물품구입액의 1%만큼은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해마다 의무적으로 구매토록' 하는 특별법을 만든 것이 2008년이었다.

하지만 앞선 행정은 2019년 경기도 감사에서 '시정'요구를 받았다.

안양시가 해당 작업장에서 생산된 종량제쓰레기 봉투를 수의계약으로 구매해왔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해당 작업장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 시설(이하 중증장애인 생산시설)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때문에 시가 수의계약을 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시가 구매한 종량제쓰레기 봉투는 해마다 늘어나 2018년께는 10억여원에 이르렀다. 특별법에 따라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이 아니면 수의계약을 할 수 없는 규모였다.

뒤늦게 시는 해당 작업장을 중증장애인 생산시설로 지정받기로 했다. 하지만 다시 벽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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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장애인재활작업장에서 직원이 종량제쓰레기봉투에 구멍을 내는 펀칭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안양시지체장애인협회 제공

특별법이 말하는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증장애인생산품 지정시설 심사기준'에서 세부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쓰레기봉투의 경우 원료를 배합해 비닐로 성형하는 공정까지 갖추고 있어야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안양시의 장애인작업장은 성형공정 없이 완성된 비닐을 들여와 인쇄, 절단, 접합 등 가공하는 공정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심사기준에 맞추자니 키가 큰 설비를 들여와야 하는데 현재 작업장은 층고가 낮았다. 게다가 장애가 심한 사람들이 성형 공정을 하기에는 안전을 확보하기가 힘들다고, 시는 판단했다.

노인장애인복지과(현 장애인복지과)는 이러한 심사 기준을 '3년마다 재검토해야 한다'는 조항을 확인하고 국무조정실, 보건복지부, 중소기업옴부즈만 등에 규제개선을 건의했다.

중소기업에서 압출성형한 제품을 납품받아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에서 가공할 경우 특별법에 따른 공공기관 우선구매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의는 지난해 12월3일, 최종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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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장애인재활작업장에서 종량제쓰레기봉투를 가공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안양시지체장애인협회 제공

규제 개선에 나섰던 정향숙 장애인복지팀장은 "좋은 취지의 일이 법적 잣대를 들이대니 가치가 마구 깎여나갔다. 억울했지만 개선키로했다. 그래도 여전히 복지부 벽은 높았다. 너무 엄격한 기준이라고 생각했고, 외려 타 업체와의 협업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받아들여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해당 작업장인 안양시 장애인재활자립작업장은 여전히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이 아니다. 안양시가 넘을 수 없는 벽을 낮췄을 뿐, 따라야 할 부분이 남아있어 시설을 리모델링 중이다. 해당 시설에 대한 정부의 심사는 9월에 진행된다.

정 팀장은 "결국 경기도 감사가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강명선 안양시 장애인재활자립작업장 시설장은 "시장을 비롯해 과장, 팀장, 팀원 할 것없이 공무원들이 고생많았다. 그들이 '안된다'에서 멈췄으면 되지 않았을 일이다. 요즘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기쁨에 더운 줄도 모르고 산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