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후 고난 점철에도 성취 역사
지금도 더 나은삶 위한 개혁의 길 위
다만 독점화 기득권지대 해체 절실
법·언론·교육부터 공동체성 회복을

해방 이후의 우리 사회는 고난과 폭력, 불의와 불평등이 점철된 시간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그 모순을 이겨낸 성취의 역사이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이룩한 작은 성취에 흡족해 과거를 칭송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한 불의와 불평등, 불공정을 생각하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어느 시선도 옳거나 틀리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는 여전히 조금 더 나은 삶과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다시금 개혁과 성취를 말해야 한다. 그 과제는 개인의 실존적 영역에서는 물론이지만, 사회의 소외와 불평등, 야만과 폭력을 걷어내기 위한 공공의 영역에 있어야 함도 분명하다.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무엇을 개혁해야 할 것인가? 대답은 분명하다. 다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하고 누가 이 개혁을 반대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개혁을 반대하는 이들은 기득권에 안주하며, 자신이 지닌 지대를 독점화하려는 집단이다. 전통적 사회이론에서 지대추구 경제는 주어진 자본과 권리에 따른 것이지만, 기술과 자본이 결합하여 새로운 경제체제로 급격히 탈바꿈하는 현대 사회에서 지대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에는 자본과 부동산이 대표적 지대였다면, 지금은 지식과 정보가 지대이며 제도와 체제에 적합한 전문성이 지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잘못된 지대를 해체하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바꾸는 것, 그래서 정의론을 주창한 롤스의 말처럼 최소의 정의가 지켜지는 범위에서 개혁을 이루어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절실한 과제일 것이다. 최소의 정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그 사회는 해체된다.
지금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담론을 만들어내고 이를 정착시켜야 할 힘을 지닌 자들이 한 줌의 지대를 지키기 위해 거짓 담론과 당파적 논리를 확산하고 있다. 법을 지켜야 할 검찰이 법의 영역을 넘어 정치를 좌지우지하려 분주하다. 검찰총장과 싸우는 여당 정치는 그런 논란에 휘말려 정치를 법치화 하는 잘못에 빠져있다. 이에 편승해 자신의 힘을 정치화하는 검찰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정면으로 배반한다. 한 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를 부추기면서 거짓과 과장된 소식을 쏟아내는 언론은 가장 커다란 반사회적 집단이 되었다. 법과 언론이 독점적 지대가 되었다. 한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안에서 최대의 수혜를 누리는 이들이 그 성취를 다만 자신의 개인적 능력에 따른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기업이 아니라 재벌이 되려는 이들, 전문지식을 활용해 정당한 이익이 아니라 그 지식을 지대화하려는 이들이 우리 공동체를 파괴하는 최대 집단이 아니란 말인가? 노동 없는 사회는 불가능함에도 노동을 가장 억압한다. 사회적 능력을 개인적 지대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입시교육과 지식 지대화의 최대 수혜자인 의사집단이 공공성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없이, 그가 지닌 한 줌의 지식과 이해영역을 오직 자신의 것이라 강변한다. 이렇게 만든 교육이야말로 이 사회에서 가장 개혁이 필요한 분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공약했던 교육개혁은 어디로 갔는가? 공교육과 고등교육은 급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망가지고 있다. 교육과 학문이 망하면 그 사회의 미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가장 큰 위기는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언론과 교육이, 지성적 성찰과 공동체성이 무너지고 있다. 어떻게 돌아설 것인가? 그 길은 아직 가보지 않았다. 다만 너와 내가 그 길을 걸어갈 때 그 길은 현실이 된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