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공동육아 단체가 찾아왔다
기대를 했건만 공공예절은 낙제점
도서관을 놀이동산으로 착각했는지
자제를 부탁해도 부모들은 아랑곳
더불어 사는세상 원칙·배려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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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정말 다양한 이용자들을 만나게 된다.

좋은 책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책이 함께 한다면 어디서라도 행복할 것 같은 사람, 다소 지루해 보이는 사람, 책과 좋은 풍경 속에서 편안하게 머무는 것이 좋은 사람, 책을 조심스럽게 아껴주는 사람, 누군가의 손에 억지로 끌려와 불만 가득한 사람….

다양한 사람들의 도서관을 대하는 각자의 취향과 자세도 모두 존중한다. 단, 함께 책을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도서관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얼마 전, 공동육아 공동체에서 도서관을 방문했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온다고 했기에 그들이 그림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와 도서관 이용 경험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부터 찌푸려진 얼굴은 그들이 도서관을 떠날 때까지 펴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소리치며 뛰어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보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묻는 부모를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도서관 이용 방법을 다시 한 번 설명하면서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추어 책을 읽어주고, 안전을 위해 뛰어다니지 않게 도와달라는 부탁에 몇몇 부모들은 몹시 언짢아했다. 마음껏 뛰어다니고, 마음껏 소리치고 싶었다면 도서관이 아니라 놀이동산이나 키즈 카페가 더 맞지 않았을까.

그들이 원하는 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인 걸까. 기본적으로 도서관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이고 책을 보는 곳인데, 공공의 예절이나 질서 없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모두가 함께 잘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질서'라는 것이 존재한다.

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많은 책을 보여주기 이전에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각의 장소와 환경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는 것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먼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층간소음문제나 택배차량의 아파트진입통제 등 개인과 어느 한 집단의 이기주의에서 생기는 사회문제가 많다. 개인의 편안함과 이익만을 생각하던 한 가족이 다른 가족을 배려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 있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최명숙 지음/고래뱃속)'는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아랫집과 윗집 사이의 갈등을 그렸다. 아랫집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와 윗집에 개구쟁이 두 아이가 사는 가족과의 층간소음으로 아랫집 할아버지는 수시로 위층으로 올라와 큰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 소리에 놀라고 속상한 윗집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이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불쾌하다는 생각만 쌓인다. 우연한 계기로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이웃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소음을 줄여야겠다는 마음에 방음 매트와 실내화로 쿵쿵 소리를 줄이고, 공놀이와 줄넘기는 밖에서 하는 놀이임을 인지하고 밖으로 나가 논다. 그림책 마지막 장면에는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 속에서 개개인의 생각과 의견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개인의 생각과 취향이 정도를 넘어 개인 이기주의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사회의 질서를 깰 수도 있다. 때와 장소에 맞게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