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절반 예산도 집행못한 이유는
주민 절박 현안 외면·의견 청취 불신
안보 우선·중앙·공무원 '잣대' 원인
정부·인천시 법·제도 변화 지원 절실

서해5도를 방문한 사람이 접하는 것은 섬에 설치된 대형화된 안보시설들이다. 포격사태의 경험을 토대로 대피시설들도 갖추어져 있다. 서해5도 지원특별법 내용의 대부분은 2011년 국토연구원 등이 수행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수립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서해5도에 잠재된 여건 차이 등을 법령이나 주민 사업에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국가안보 우선과 중앙정부 그리고 공무원의 시각이 더 강조된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정부가 지원계획을 연장하면서 비전과 추진 방향을 새롭게 내세웠다. 약속대로 2025년에는 과연 '풍요로운 평화의 고장, 서해5도'가 되어 있을까. 주민이 희망하는 사업이 우선 반영될 것인가. 실현 가능한 사업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주민들은 자신의 삶과 섬에 필요한 절박한 현안들을 여러 방식으로 제시하였다. 서해5도의 어장 확장을 놓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정작 현지 어민들은 물고기가 있는 어장과 야간 조업 확대를 원했다. 불법 어로 행위 등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도 요구하였다. 어선과 그물 등 청소를 위해 다량으로 사용되는 락스가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고 했다. 어구 실명제와 불법 어구 방치에 대한 행정대집행도 강력하게 주장했다. 섬의 생활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어민들 대부분이 고령화로 어업에 종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인력 지원방안도 섬의 화두였다. 섬에 쓰레기만 남기고 가는 관광도 새로운 과제다. 물가 및 생활안정을 위해서는 택배 및 물류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중국의 어선에 의한 불법조업, 항만부두 확대 및 공동이용, 백령도 공항문제도 단골 주제다. 일부 어민들이 주장하는 중국 어선의 배후 지원 세력이 한국인이라는 주장에도 실태조사가 필요해 보였다.
이처럼 다양한 주민들의 요구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예산이 남았을까. 그것은 공무원과 정부의 잣대로는 집행할 수 없는 사안이라거나 법령에 지원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형식적인 간담회나 의견 청취를 불신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서해5도 주민들은 군인들의 근무 기간보다 더 오래도록 경계의 바다와 국토를 지키고 있다. 서해5도를 향한 인천시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인천시 남북교류 협력과는 과장 1명에 12명의 직원이 있다. 경기도는 평화부지사를 중심으로 72명, 강원도는 평화지역발전본부에 64명이 포진하고 있다. 금강산과 DMZ, 원산과 백두산을 연계하는 '고성 UN평화특별도시'도 제안되어 있다. DMZ나 한강하구사업도 한참 앞서 있다. 서해5도에 대한 직제도 평화정책도 인천시는 뒤떨어져 있다.
법과 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다음 달에는 김교흥, 박찬대, 배준영, 배진교 국회의원, 인천시, 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인하대 로스쿨 등이 가칭 '서해5도 평화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법률안은 '서해5도 지원특별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서해5도 수역의 평화정착, 남북교류와 협력의 활성화, 주민들의 권익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법학자, 역사학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언론사 등이 함께 서해5도를 새롭게 집중조명하는 별도의 사업도 준비 중이다. 중앙정부와 인천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서해5도의 희망은 더 커질 것이다. 평화의 바다로서 서해5도를 브랜드화하는 새로운 출발점이기를 기대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