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안중에 없는듯 '秋-尹 갈등'
점입가경이다… 누구도 책임 안지고
거짓논의가 남발·특권에는 무감각
법원은 입다물고 언론은 부추기고
누구도 검찰개혁 원하지 않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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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점입가경이다. 언론만 접하면 '추-윤 갈등'으로 곧 나라가 결딴 날 듯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정치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이 권력 다툼만 벌이는 듯하다.

누구의 책임일까. 가장 큰 책임은 온갖 거짓 프레임을 만들어내면서 개혁에 반대하는 집단이지만, 이를 알리는 언론의 책임 역시 그에 못지않다.

검찰개혁이 시대적 당위이며 진작 마무리되었어야 할 사안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제어장치인 공수처 발족조차 못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고 있거나 정치로 내몰리고 있는 듯한 현실은 전적으로 직업정치인의 잘못이다. 그가 수사를 빙자하여 정치 영역에 개입한다면 진작 국회에서 조사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런데 정치는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내팽개쳤다. 어쩌면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현행법상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이지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무시한 채 검찰을 정치화하고, 이들에게 과도한 권력을 안긴 것은 현 정치권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 누구도 이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추-윤 갈등'이니, 내로남불이니 하는 거짓 프레임을 작동시키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정치 검찰에 맞선 일부를 제외하면 누구도 진정으로 검찰 개혁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놀랍게도 언론은 끊임없이 과장되고 거짓된 논의를 양산하고 있다. '청와대, 검찰 충돌로 확전', '정 총리, 추-윤 동반 사퇴 제언' 등은 거짓 프레임이며 가짜 뉴스다. 언론은 일면 기사에 이런 표제어를 내걸었지만 불과 몇 줄 밑에는 '정 총리가 직접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이라고 쓰고 있다.('한겨레, 경향신문' 12월1·3일자 기사) 거짓말이 아니란 말인가. 검찰이 정치집단이 아님에도 끊임없이 정치영역으로 끌어와 과도한 힘을 부여하는 행태를 언론이 부추기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보면 검찰이나 언론은 민주주의나 사회의 공동선에 대해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들은 헌법 정신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다만 권력 다툼이라는 즉물적인 반응만을 보이고 있다. 검찰을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검사로 하여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범죄행위를 처벌하고 법치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은 민주사회를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사안이 아닌가. 그 역할을 경찰과 검찰이, 나아가 법원이 나누어가지고 있다. 올바른 개혁을 통해 그들을 제자리로 돌려주고, 그래서 시민으로서 자신의 공무적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를 위한 민주적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검찰의 월권과 파행이 이 사태의 본질이 아닌가. 그 뒤에는 과도한 특권이 자리하고 있다. 반민주적이고 반법치적인 행태인 전관예우의 병폐를 말하지 않는 것은 이 사회가 얼마나 이런 특권에 무감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법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과 언론 그 누구도 자신의 불법적 특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법치의 명분 뒤에서 음험하게 작동하는 그들만의 이해관계를 끊어내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는 불가능하다. 언론이 법조기자단의 행태를 스스로 고치려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법원은 자신이 저지른 사법농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사찰을 사찰이라 말하지 못하는 법원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 사법 불신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현상은 결국 시민사회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이 사회를 파시즘적으로 퇴행시킬 것이다. 그 사태를 고발하고 분석함으로써 민주사회를 위한 담론을 생산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검찰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시민사회를 파행시키는 '무사유'에 빠져있다. 우리가 합의한 민주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원리를 제대로 돌아보자. 사회가 부여한 자신의 역할과 의무에 충실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지켜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지난 시대의 폭력과 야만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민주사회와 인간다움은 너무도 나약하여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역사는 수도 없이 보여주지 않았던가.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