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힘든 시기
그래도 아이들은 산타를 기다린다
부당해고 김진숙씨는 투쟁을 통해
동료들에 '복직 선물'… 어려움 속
누군가를 향한 '마법의 온정'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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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20년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고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종교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고민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선물을 기대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분위기는 우리를 들뜨게 만드는데 올해는 예년 같지 않은 상황과 분위기 속에서 마음이 편치 않아 크리스마스도 잊은 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세상 걱정 없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크리스마스는 다른 해와 똑같은 크리스마스라는 것이다.

이웃집에 살고 있는 3살과 6살인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 무척 상기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평소와는 달리 말도 잘 듣고, 산타 관련 노래를 흥얼거리고 "이렇게 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줄까요?"라고 물으며 자신이 잘하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산타할아버지가 이런 아이들을 귀엽게 보시고 선물을 한 아름 안겨주시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리다가 산타할아버지가 이번 성탄에 꼭 찾아가셨으면 하는 곳을 생각하게 된다.

35년전 부당해고를 당한 후 아직까지 복직을 못한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씨다.

그동안 그녀는 다른 노동자들의 부당해고를 막기 위해 지상 35미터 높이 타워크레인 위에서 309일을 농성하고 다른 동료들에게 복직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김진숙은 '울면 산타가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산타노래를 알고 있는 듯 부당해고 후 지금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을 외치며 금속같이 단단한 목소리로 노동자들의 부당해고를 막고자 힘써 왔다.

이제 만 60의 나이가 된 그녀가 복직을 하게 되면 올해 정년을 맞는다. 비록 며칠이라도 일터로 돌아가 일을 하고 회사 문을 당당히 걸어 나오고 싶다는 그녀에게 '복직'이라는 선물이 안겨지면 좋겠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세계를 팬데믹 상태로 만든 코로나(COVID)19를 떠올리게 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지구인의 일상적인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고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그림책 '마법처럼 문이 열리고(글·케이트 디카밀로. 그림·배그램 이바툴린. 서석영 옮김. 책속물고기)'를 다시 꺼내들게 된다.

추운 겨울 돈을 구걸하는 거리의 악사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아이는 할아버지를 자신의 연극발표회에 초대한다. 발표회에 오지 않고 추위에 떨고 있을 할아버지 걱정에 아이는 대사를 잇지 못하고 발표회장엔 긴장감과 초조함이 감돌게 된다. 모두가 숨죽이고 기다리는데….

마법처럼 문이 열리고 교회에 들어서는 할아버지를 본 아이는 큰소리로 대사를 말한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커다란 기쁨의 소식을 가져왔노라! 커다란 기쁨의 소식을."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아이와 걸인 할아버지와의 온정을 그린 이 그림책은 크리스마스의 축복은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빈부격차(貧富隔差)에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춥고 어려운 곳에 우리가 산타가 되어주면 어떨까?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응원을 잊지 않는다면 마법처럼 문이 열려 서로의 온정(溫情)이 어려운 지금을 녹여줄 것 같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