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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수역에서 사살된 후 소각됐다는 군 발표로 대한민국 여론이 들끓자 북한은 통일전선부 통지문을 통해 '사살'은 인정했지만 시신이 사라졌다며 '시신 소각'은 부인했다. 소각한 것은 사망 공무원이 표류 내내 의지했던 부유물인데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무단 월경자에 대해 사살을 경고했다. 태양(김일성)과 광명성(김정일)의 정기를 이어받은 김정은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이다. 국경 봉쇄의 대가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평양 주재 외교관들의 전언에 따르면 밀가루·식용유·설탕 같은 기본 식료품은 물론 약품·의류 등 생필품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공화국 1등 시민들이 사는 평양이 이 정도라면 지방 사정은 더 끔찍할 것이 확실하다.

그래도 봉쇄 덕분인가.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선전한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마스크 없이 진행된 주요 당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의 모습을 공개해왔다. 지난달 8차 당대회를 기념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벌인 열병식이 압권이다. 대규모 밀집대형으로 열병한 북한 군인들은 노 마스크였다. 바이러스도 어쩌지 못하는 견고한 세습체제의 실상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코로나 확진자 '0' 주장을 증명할 통계는 없다. 반대로 북한의 코로나 감염 실태가 심각하다는 소식통들의 '진짜 뉴스'는 넘쳐난다. 최근 북한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기술 탈취를 위해 국내외 제약회사에 대한 해킹을 시도했다는 국내외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국회도 최근 국정원 보고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사실이라면 북한의 코로나 감염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북한 사이버부대의 글로벌 해킹은 악명 높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전 세계 방산기업을 상대로 군사정보 획득을 위한 해킹을 시도하고, 암호화폐 업체를 해킹해 최근 2년간 3억 달러 넘는 돈을 빼냈다고 한다. 이도 모자라 이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제약업체들도 해킹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여러 차례 코로나 방역 지원 의사를 전달했지만 무시당했다. 북한은 다 계획이 있는데, 우리 정부만 그걸 몰랐던 모양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