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원때 부인 명의로 273㎡ 구입
이듬해 5월 신도시 개발지에 포함
쓰레기 경고판으로 '사유지' 짐작
'텃밭'이라더니 일군 흔적 전혀없어
"텃밭이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농사짓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9일 오전,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의회 A의원이 텃밭을 가꾸기 위해 매입했다는 부천 대장동 땅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 곳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A도의원은 지난 2018년 부천시의원 재직 당시 부인 명의로 부천 대장동 2필지 79㎡와 194㎡ 등 모두 273㎡(대지)를 1억6천만원에 부인 명의로 사들였다. 이 땅은 이듬해 5월 대장신도시 개발지에 포함되면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A씨는 "투기 목적이 아닌 부인과 함께 텃밭을 하기 위해 땅을 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현장을 확인해 보니 잡초는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자랐고, 곳곳에는 쓰레기만 버려져 있을 뿐 텃밭을 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땅이 개인 사유지라는 사실은 덩그러니 놓인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경고판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경고판에는 '이곳은 개인사유지입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 행위 적발 시 즉시 고발 조치 하겠습니다. 주인백'이라며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라고 쓰였다.

주변에서 한창 텃밭을 가꾸고 있던 한 주민은 A의원이 소유한 땅을 가리키며 "몇 년째 이곳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지만, 그쪽에 사람이 나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관리가 안 되니 쓰레기만 버려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의원이 부인과 함께 텃밭을 가꾸겠다며 3.3㎡당 약 194만원에 매입한 땅이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A의원은 이 땅을 매입할 당시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이었고, 바로 직전엔 도시교통위원회 위원이었다. 만약 사전에 정보를 얻어 땅을 산 게 사실로 드러나면 지방자치법 35조 5항 '지방의원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거래할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반한 셈이다.
앞서 A의원은 텃밭을 가꾸고 있느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신도시 개발지로 지정되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정부합동조사단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의혹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부천시도 대장동 땅 투기와 관련해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부천/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