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전, 인구감소·신구도심 격차 불가피
중상위권, 내신 성적산출 불이익 선택 외면
교육부 학교총량제 훨씬 밑도는 통폐합 대상
학교 떠난자리 교육복합단지 조성 고민할때


류석형 전 교육장
류석형 前 인천남부교육장
요즈음 지역사회에서는 학교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거의 십여 년 전에 있었던 '제물포고 이전'이라는 지역주민과 교육청과의 판박이 갈등이다. 2003년에 있었던 '제물포고 이전' 논란까지 포함하면 벌써 세 번째다. 지역사회도 큰 손해가 없고 학교에도 이익이 되는 상생방안 마련이 중요할 것이다. 학교 이전 갈등은 급격한 인구감소와 신·구도심 격차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물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원도심 지역이 앓고 있는 공통적 현상이다. 그러면 지금 제물포고의 모습은 어떠한가? 인천의 총 126개 고교 중에서 강화와 옹진군 등 농어촌지역의 고교를 제외하면, 인천에서 가장 작은 일반고가 되었다. 실제로 학교를 방문해보면 그 심각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신도심 개발에 따른 원도심의 도시기능 약화, 특히 자녀교육을 위해 정주 여건이 좀 더 나은 지역으로 떠나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인천의 중심이었던 시절에 있었던 인천대건고, 인천여고, 박문여중고, 축현초 등도 이미 떠났다. 남아있는 이 지역 주민들의 정서는 상실감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 지금 남아있는 학교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의 학교들이지만, 작아진 학교의 모습에 아픈 손가락과 같은 느낌이다. 때문에 '학생들이 많은 곳으로 학교가 옮겨가야 한다'는 말이 맞는 논리이지만, 설득하기가 몹시 부담스럽다. 학교 이전 재배치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음을 짚어본다.

그러면 왜 학생들은 제물포고를 선택하지 않고 외면하는가.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내신 성적산출의 불이익 때문이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소수의 학생은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중상위권 학생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학생 수가 적으니 1·2등급은 물론 3등급조차도 쉽지 않다.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적으니, 제물포고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내신을 받기가 쉽지 않다. 학생 수가 많은 다른 학교에 가면 좀 더 사정이 낫다고 판단하니, 제물포고를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2~3학년으로 올라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고교학점제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란 쉬운 말로 하면 '선택과목 확대'다. 학교가 개설하는 과목이 더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과목별 수강 학생 수는 더욱 줄고, 과목당 수강 학생이 심지어 20명 내외인 경우도 있다. 1등급이 나올 수 없는 과목도 속출한다. 이 같은 현상은 제물포고 인근의 광성고, 동산고, 선인고에서도 나타난다. 공동학교군 4개 남고 중 한 학교는 반드시 이전이 되어야 해결될 문제다. 학생 수 감소와 학교 선택 외면은 학교 이전 재배치의 첫 번째 이유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 필자가 장학관 시절 일반고 학군조정과 학생 배정을 하던 일들이 생각난다. 제물포고 학생 수를 유지하기 위해 원거리 통학인 계산동, 만수동, 논현동, 송도동 등지에서 학생을 강제로 배정했다. 원거리 통학에 대한 불만과 민원이 계속되었다. 이 같은 일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제물포고의 학생 수 유지를 위해 언제까지 원거리 통학생을 계속 억지로 배정해야 하는가. 매년 되풀이되는 불가피한 학생 배정이다.

세 번째, 교육부의 적정규모학교와 학교총량제 정책에 따르면, 현재 제물포고는 이 기준에 훨씬 밑도는 통폐합 대상이다. 문제는 지금이 아니라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학교 이전은 차치하고 존폐를 걱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반면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달라는 신도심 과밀학교들의 아우성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학교 신설 승인 권한을 가진 교육부는 신도심 등지에 학교 신설 수요가 생기더라도 쉽게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학교 신설보다 학교 이전 재배치 노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제물포고는 단순 이전이 아니라 학교 재배치 정책에 근거한 설득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도시발전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예전에는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융성하고 지역이 발전해 왔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작아지고 있다. 학교를 마을의 중심에 놓고 문제를 풀어가는 도시발전 전략을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학교가 떠난 자리에 도시재생의 커다란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 그 이상의 교육복합단지 조성도 조심스럽게 고민할 시점이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계획은 교육청, 지자체와 지역사회와의 협력과 연대가 전제될 때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거센 논란과 진통을 겪더라도, 지역사회와 학교 모두 승자가 되는 상생방안 마련을 기대해 본다.

/류석형 前 인천남부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