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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비하기 위해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 산업 육성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8일 충북 오창에서 'K-배터리 발전 전략' 청사진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오는 2030년까지 40조원의 민간투자와 매년 배출되는 1천100명의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배터리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한국의 신주력 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정부 전략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를 대표하는 3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2030년까지 배터리산업에 총 40조6천억원을 투자한다. 정부 또한 전고체, 리튬황, 리튬금속 등 차세대 배터리 조기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2023년부터 5년간 총 3천66억원을 투입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광물은 해외개발에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기술개발 및 설비 구축에도 나선다. 특히 배터리 전문인력을 매년 1천100명 이상 양성하고 에너지, 전기, 전자, 소재분야 학과에 배터리 관련 프로그램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배터리 발전 전략에서 재검토돼야 할 부문은 '소재 공급망 구축과 소부장 핵심 기업 육성을 위한 특화단지 조성'이다.

소재 공급망 구축의 핵심은 민·관 협력을 통한 해외 광물자원 확보다. 즉 원재료 확보가 중요한데 원재료는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나서 개발 및 확보하고 정부는 지원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를 대신해 공기업이 해외 자원개발의 사업성, 기술적 타당성, 법·제도 등 기초조사와 융자, 컨소시엄 구축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정책이다. 즉 공기업이 첨병 역할을 하면서 민간기업과 동반 진출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노무현 정부 때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코발트 광산 개발사업으로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삼성물산, STX, 경남기업 등이 컨소시엄으로 진출했다. 이어서 이명박 정부 때는 리튬확보를 위해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인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3개국에 삼성물산, LG상사, 포스코 등과 동반 진출했다. 포스코가 배터리 소재사업의 일관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2010년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염수를 확보해 리튬 추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덕분이다.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LS니꼬 동제련과 함께 볼리비아 꼬로꼬로 구리광산개발사업에 들어가 신뢰를 구축했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광물공사와 포스코가 공동으로 리튬 기술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원료확보를 위한 해외 자원개발을 기업에만 맡긴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다. 민간기업과 공기업이 동반 진출할 때만이 협상에서 힘을 얻을 수 있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둘째는 배터리 특화단지 조성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기 지정된 소부장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을 통한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점인데 현재는 충남·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장비, 소재, 셀제조, 부품 등의 기업을 특화단지 내 조성해 유치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얻는데 있어 물류부문이 많은 영향을 준다. 배터리 소재의 핵심 원료인 각종 광물을 1차 가공하든, 중간재로 들여오든 해외에서 공급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수송비용이 만만치 않다. 현재도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지방으로 수송하는 화물차로 인해 국도는 물론이고 고속도로마저 상시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인천은 항만, 항공, 도로와 산업단지 시설 등 모든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인천은 남동국가산업공단과 한국생산기술원의 뿌리기술연구소 및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 등 연구시설, 68년의 역사 깊은 공학계열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인 인하대학교, 국제 규모의 항만을 관리 운영하는 인천항만공사, 세계 5위 수준의 글로벌 인천국제공항 등 산·학·연 협력을 수행할 수 있는 인구 300만명의 국내 3번째 큰 광역도시이다.

인천시는 오는 2026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남동국가공업단지와 주안·부평공단에 첨단 자동차, 항공, 부품, 바이오 및 뿌리산업의 핵심 업종을 유치해 스마트 그린 공단으로 변화시킬 방침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의 세계 배터리 산업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다시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인천시가 갖고 있는 경제적, 산업적 이점을 살려 미래 한국의 먹거리를 책임질 K-배터리 산업의 핵심 산업도시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