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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현 경기대 SW중심대학 사업단장
지난주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한꺼번에 신청자가 몰려 정상적인 예약이 어려웠다. 또한 백도어가 노출된 탓에 오픈 시간 이전에도 예약할 수 있었다. 전 국민의 관심 속에 막중한 임무(백신 예약)를 완벽하게 처리해야 하는 국가 안전 시스템은 가용성 문제로 국민 수백만명에 불편을 주었고 보안성을 이슈로 신뢰를 잃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SW(소프트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SW 기능 실패는 설계·구현·적용 모든 단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요구사항 미도출 및 반영 미흡이나 구조 및 상세 설계 오류 등이 대표적 예다.

정부는 주요 안전 시스템의 SW 기능 실패로부터 국민의 재산, 환경,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안전 확보를 위한 지침(과기정통부 고시 제2020-77호)을 지난해 12월 제정했다. 지침의 주요 내용으로는 안전관리 대상 SW 지정과 SW 개발 및 운영 단계별 안전 관리기준 명시, SW 안전 책임자 지정 등이다.

이러한 지침의 후속 조치로 정부는 올해부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SW 안전분야 주요 이슈 발굴과 SW 안전정책 어젠다 및 추진과제 도출 등 SW 안전정책 수립 및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중소기업의 안전 개발 역량을 높이는 SW 경쟁력 강화 사업, 개발자를 위한 SW안전 기술 보급 사업 등 기업 및 개발자의 안전 역량 강화를 돕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품질, 소스코드, 안전기능, DBMS, WEB·WAS, 구조 등 SW 6대 진단항목을 사전 점검하는 디지털인프라 진단 및 개선지원 사업과 더불어 CPS 안전 및 신뢰성 확보 사업 등 안전 관련 주요 시스템의 SW 기능 실패에 대한 사전 예방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SW 안전 확보 지침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안전 기능 구현 비용의 대가 산정과 사업자 선정 시 SW 안전 인력을 확보한 기업 우대, SW 안전 책임자의 자격 기준 정립, AI· IoT 블록체인 등 신기술로 구현된 시스템의 안전성 확보 방안 마련 및 안전 개발 문화 조성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무엇보다도 SW 기능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SW는 모든 부분이 안전하다고 해서 전체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창발적 속성(emergent property)을 갖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와 계층에서의 SW 안전교육은 필수다.

미국은 2006년 카네기멜론대학에 기계학습학과를 신설해 AI 인력 수요에 미리 대비하였으나, 한국은 인재양성 체계와 교육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채 AI 시대를 맞이했다.

결국, 2019년이 되어서야 2개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10개 인공지능대학원을 설치하는 등 매우 분주한 3년을 보내야만 했다. 곧 닥칠 안전한 사회를 주도할 리더와 안전한 SW를 책임질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시대이다.

필자가 소속된 경기대학교도 SW 혁신을 통한 K안전 융합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주관하는 '2021년도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2단계 공모사업'에 선정돼 올해부터 2028년까지 최대 8년간 국비 150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가능해진 결과다.

국내 대학 최초로 전교생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K안전 교양 교육'을 실시할 것이다. 여기에 AI, SW, 안전기술을 융합한 사회안전융합전공, 산업안전융합전공을 신설했고, 국내 유일의 'SW안전보안' 전공 학부를 신설해 SW 안전에 특화된 전문가를 육성한다.

대학원에도 'SW안전보안' 학위 과정을 신설하여 SW 전공·융합 산업을 활성화하고 K안전을 선도할 국내외 최고 수준의 고급 인력을 양성한다. 교육 내용으로는 SW 안전계획, SW 위험요인 분석, SW 안전 요구사항, SW 검증 및 확인, SW 안전 입증 문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 시작이 대한민국 SW 혁신의 미래다.

/권기현 경기대 SW중심대학 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