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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부평문화원장
일제 강점기 일본의 무기 제조 공장 조병창이 위치했으나, 광복 이후 주한 미군이 주둔했던 부평 캠프 마켓이 81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많은 시민과 정치인, 단체의 오랜 노력 끝에 얻은 쾌거다. '왜 우리가 우리 것을 관리하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치욕적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는 어두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곳을 잘 보전·활용해 세계적인 역사문화 교육 현장으로 만들고, 후손들이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세계 하나뿐인 日 무기제조 공장
침략역사 알릴 수 있는 현장


캠프 마켓은 1905년 11월17일 을사늑약으로 우리나라의 외교권이 박탈되고, 1910년 8월29일 한일합방조약을 강제로 체결했을 때 친일파 손병준에게 넘어갔으나 친일재산특별법으로 국가에 귀속한 땅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는 캠프 마켓 내 역사적 가치가 큰 조병창과 관련 시설들에 주목해야 한다. 조병창은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해 조선인을 징용했던 전쟁의 역사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 조병창은 일본 6곳, 한국 1곳(부평 제1제조소, 북한 평양 제2제조소), 만주 1곳이 있었다. 현재 일본은 조병창 시설을 없애서 침략 사실을 왜곡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부평 조병창은 세계에 단 하나 남은 일본의 무기 제조 공장이다. 일본의 침략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바르게 알릴 수 있는 현장으로서 큰 가치가 있는 만큼, 세계문화유산(UNESCO)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건은 평화와 완결성이다. 평화는 세계인들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다. 우리 역시 이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완결성은 문화 자산을 되도록 훼손하지 않고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평과 평양에 있는 조병창 시설이 잘 보존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효과는 물론, 동북아에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남북이 분단된 이후 항상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한반도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부평에는 이런 훌륭한 문화 자산이 존재하나 이를 훼손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안타까움이 크다. 이는 곧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방침과도 같다. 시민들과 세계인들이 부평 조병창을 통해 올바른 역사 현장을 보고 배울 기회를 뺏는 것이다.

문화유산 갖춘 공원 만들면
국내외 관광객 늘어나 수입 창출
풍요로운 도시 될 수 있어

조병창 시설을 중심으로 부평이 품격 있는 역사문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동력도 이미 마련됐다. 부평은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 도시에 선정돼 5년간 사업비 약 19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가진 조병창이라는 문화 자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부평을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역사문화 교육 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세계인이 찾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다. 조병창이 위치한 캠프 마켓을 일반 공원으로 만들면 과연 누가 찾아오겠는가. 일반 공원은 구민 세금으로 유지·보수·관리해야 한다. 즉, 구민의 비용 부담만 커진다는 의미다. 세계문화유산을 가진 공원을 만들면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방문이 늘어나 관광 수입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공원을 관리하는 풍요로운 도시가 될 수 있다.

인천시와 국방부는 조병창 시설의 가치를 근시안적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조급한 마음을 안고, 단기적인 비용 계산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다소 시간은 걸려도 조병창 시설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 함께 힘을 모아서 부평이 멋진 역사 문화를 담은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동욱 부평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