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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부교수
인하대학이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부실대학인 것처럼 낙인이 찍혀 대학 구성원과 동문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단순한 이기적 표출은 아니다. 인하대는 대한민국 건국 초기 국가발전을 위한 공학교육의 절실함에 이승만 대통령과 하와이 교민들의 성금이 기초가 되어 한국 재건을 목표로 설립된 역사에 기록될 유서 깊은 대학이다.

인하대는 현재 의과대학에 로스쿨까지 갖춘 한국 최고의 종합대학으로 사회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으며, 설립 이래 한국대학의 공학계를 이끌며 산업계의 주역으로서 공헌해온 국가발전의 일등공신인 명문사학이다.

지방의 몰락과 함께 지방대의 침몰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인천시의 멈추지 않는 발전과 함께 인하대는 최고의 환경을 자랑하며 대학의 위상을 높여, 서울이 아닌 지역의 대학이 전국 최고의 대학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많은 대학의 본보기가 되는 대학이다. 


전통·학생들 만족도·입시 경쟁 최고인데
어떤점에서 기본역량 부족한지 납득 안가


인하대는 한국대학의 선두권 그룹에 위치하며, 300만 인천시민과 서울 및 경기도 등의 많은 수험생이 선호하는 대학으로서, 그 어떤 면에서도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뒤떨어짐이 없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교육 무용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많은 대학이 존폐위기를 겪고 있지만, 인하대는 위상이나 선호도, 나아가 입지면에서도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고, 오히려 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늘려도 시원찮을 상황이다.

어느 대학이든 구조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또한 역할을 포기해온 교육부에 기인한다. 급여나 등록금, 나아가 대학경영에는 불만이 있을 수 있어도, 교수나 학생 그 어떤 구성원도 대학의 연구나 교육에 문제를 느끼고 있지 않다. 입시에도 최고 대학에 포진하여 많은 이의 입시문의도 쇄도하며, 입학한 학생이나 그 학부모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정부가 골치를 앓고 있는 대졸 취업률뿐 아니라, 취업의 질도 최고이며, 기업들이 선호하는 출신대학 순위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교육과정이 부실하면 이룰 수 없는 평가이다. 한국 대기업의 임원 수도 상위권에 속해 있으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대학이다.

전통도 있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고 입시경쟁도 최고인 대학으로,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고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최고의 대학인데, 어떤 점에서 대학 기본역량이 부족한 부실 대학이 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의 대학평가 방향도 방법도 잘못됐다. 실체를 담아낼 수 없는 종이서류 같은 근거도, 의미도 희박한 자료를 놓고 내리는 각종 정부 평가, 공정성이 담보될 리 없다.

대학의 역할은 연구와 교육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수험생은 교수의 연구와 교육을 평가하여 대학을 선택하고 소기의 목적을 실현한다. 그런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받을 수 있다. 인하대가 타 대학에 비교해 기본역량이 부족하다니, 양질의 교수와 우수한 학생이 치열하게 경쟁하여 들어오려는 대학이면 그것만으로도 기본역량이 검증된 최고의 대학 아닌가?

정부 잘못된 평가 방향·방법 공정성 미비
국민 세금 칼자루로 대학발전 막아 '분노'


교육부의 비전문가 공무원들로 그들보다 학력이 높고 능력이 뛰어난 수많은 전문가집단인 대학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전문가의 힘을 빌려도 마찬가지이다. 하드웨어적 관리는 가능할지 몰라도 소프트웨어적 관리는 불가능하다. 정부의 대학평가는 질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관리 불가능한 영역이다. 교육부가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는 대학에 국민의 세금을 칼자루로 사용하며 국가발전의 원동력인 대학 발전을 가로막고 있어, 대학의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비전문영역에 원치 않는 개입을 중지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면 잘 될 일도 꼬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선 때마다 나오는 교육부 폐지 공약이 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는 이유이다. 관이 아닌 민이 주인인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민주정부의 역할에 충실하라. 부당하게 지배당하고 관리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국민의 무엇에 어떻게 개입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정치인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부교수